블루 보틀 커피에서 나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인 긴자 로지에로 향했습니다.
파인 다이닝 쪽에 경험이 워낙 적은데다 제대로 된 프렌치를 먹어본 적도 없는지라 미슐렝 3 스타를 받았다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기대될 수밖에 없었죠. 디너에 비해 저렴한 런치 메뉴 덕분에 몇 달 전부터 예약을 넣어야 한다고 하는데, 제가 직접 하려면 쉽지 않았을 일을 일행 중 한분께서 미리 준비해 주셔서 편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각종 명품 샵들을 지나다 보면 로오지에의 입구가 보입니다.
시세이도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고 들었는데 간판의 폰트도 왠지 익숙하네요.
로비에 들어서면 직원분께서 안내를 해주는데 이곳에서 미리 부탁해 놨던 재킷을 받아서 입고 자리로 이동합니다. 드레스 코드가 있는데 남성은 재킷을 입어야 한다고 하네요.
식사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테이블에서 직접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카메라를 맡기면 찍어주겠다고 합니다. 지금부터의 사진을 제가 찍은 게 아니고 로오지에의 직원분이 찍어준 사진이라는 얘기죠. (나중에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린 분들도 많던데 따로 문의하지 않으면 그냥 찍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뮤즈 부쉬로 시작
시간이 많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왼쪽의 딜이 얹힌 훈제 연어는 이꾸라와 함께 나오는데 직접 만든 훈제연어가 기가 막힙니다. 가운데는 기억이 나지 않고, 오른쪽은 토마토 주스로 만든 젤리인데 새콤한 맛이 이어서 나올 식사를 기대하게 합니다.
우니 수프
우니의 향과 맛이 진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수프 안에 들어 있는 옥수수가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위에 얹힌 건 허브가 들어간 폼과 후추가 뿌려진 파마산 치즈 튀일.
트러플이 얹힌 랍스터는 익힘 상태가 절묘해서 씹을 때 아작 아작한 느낌이 납니다.
메인으로 돼지 구이도 훌륭했고 하나도 허투루 나온 게 없었던 가니쉬도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이집 트러플 인심 좋네요.
식사가 끝나고 셔벗으로 입가심을 해준 뒤 본격적으로 디저트가 시작됩니다.
하나씩 먹을 수 있는 쁘띠 푸르
작지만 하나하나 훌륭합니다.
익힌 복숭아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었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하더니 절실히 느껴집니다.
끝난 줄 알았지?라는 듯한 표정의 서버분이 디저트 수레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천국이 여기에 있네요. 아니 저기에 있었어요. 초콜릿에 젤리, 과일 조림과 쿠키 등을 취향껏 골라서 맛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일본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르는 레스토랑이라고 하던데 여유만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곳입니다. 언제 또 가볼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