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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른비 Nov 26. 2015

오쓰카(大塚)의 야키도리 전문점 창천(蒼天)

로지에에서의 긴 점심식사를 마치고 긴자 구경에 나섰습니다.  이런저런 골목들에도 가보고 애플 스토어에도 들어가보다가 일행 중 문구 덕후님의 취향을 위해 이토야로 향했습니다. 


벽에 부착된 간판부터 딱 마음에 드네요. 큰 길가에 있는 클립 간판의 이토야는 문구류 전반을 다루고 있고, 바로 뒷길에 면하고 있는 만년필 간판의 이토야는 펜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사고 싶은 물건이 가득하더라고요. 그런 것과는  담쌓은 저는 앞 건물 1층에서 전시 판매 중인 부채를 사들고 돌아섰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가길래 예약해놓은 식당이 있는 오쓰카 역으로 향했습니다. 오쓰카는 도쿄에서도 생소한 곳(이 여기뿐은 아니지만)이었는데 이곳에 일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야키도리 명점이 있다고 합니다. 예약 없이 자리 잡기 쉽지 않은 곳인데 일행 중 한분께서 예약을 해주신 덕분에 가볼 수 있었습니다.


야마노테선 오쓰카 역에서 10여분쯤 걸으면 주택가에 자리 잡은 창천(蒼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예약을 하려면 세트 메뉴를 주문해둬야 하는 규칙인가가 있어서 미리 오인분을 주문해놨고, 거기에 추가 주문 몇(몇몇몇) 가지를 더했습니다. 도쿄에 여행 오신 분과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잘못되는 바람에 넷이서 푸짐하게 먹었네요. 

전채로 나오는 세 가지 음식들. 

창천은 야키도리도 훌륭하지만 다양한 일본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종류는 기억나지 않는 니혼슈 두 종류로 먼저 시작합니다. 술 종류에 따라 잔을 내주시네요.

따로  주문했던 것 같은 모둠 훈제.

오리고기도 있고 파테도 있고 한데 구성은 그때 그때 조금씩 달라지는  듯합니다.

술안주로 훌륭했어요. 잠깐 맥주를 주문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게 만들더군요.

니혼슈 두 종류 추가.

술을 주문하면 병과 돗쿠리를 들고 와서 그 자리에서 따라줍니다.

앞에 쭉 늘어서 있는 건 개인 잔. 술을 꽤 마셨는데 술잔만 몇 개가 들어왔다 나갔다 했는지 모르겠네요.

전채 요리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야키도리로 넘어갑니다.

첫 번째는 사사미(ささみ)

닭 안심이라고 불리는 부위죠. 뻑뻑해질 때까지 익히지 않아 한없이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카와(かわ) 

기본 재료가 좋아서인지 바삭하게 구워내는 소금을 뿌려내는 닭껍질도 좋지만 약간 부드럽게 구워서 타레를  발라내는 방식도 좋네요.  

레바(レバー)

잡내 없이 진하고 부드러운데 뒤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신기한 간이었습니다. 역시 부드럽게 익혀 나오네요.

모모(もも)

사진으로도 느껴지듯이 탱탱한 다릿살인데 입안에서 육즙이 터져 나옵니다. 

첫날 들렀던 토리나오에서도 맛봤던 채소인데 창천에서도 나오네요. 

궁금해져서 좀 검색해 보니 금침채  金針菜(キンシンサイ)라고 하네요. 백합과의 꽃봉오리라고 합니다.

토리나오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아스파라거스랑 비슷한 맛인데 고기 먹는 중간에 같이 먹으니 잘 어울립니다.

쯔쿠네(つくね)

이번 여행에서 야키도리 집은 두 군데를 들렀는데 두 군데 다 이런 모양의 츠쿠네를 내주네요. 국내에서 먹을 땐 주로 동그란 볼 모양 쯔쿠네를 먹었던 것 같은데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른가 봅니다. 모양이야 어찌 되었든 이집 정말 하나하나 너무 훌륭하네요. 

창천이 독특한 게 야키도리 메뉴 중에 특수부위 메뉴를  판매하는 것인데 여러 가지 메뉴를 하나씩 전부 주문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소리(ソリ)

소리는 이집을 추천해주신 분이 강력 추천했던 메뉴인지라 인당 한 꼬치씩  주문했습니다. 먼저 먹었던 모모의 탱탱함과 육즙이 두배쯤 강하게 느껴지는 부위였는데 추가로 주문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품절됐다고 하네요. 다시 가게 된다면 소리부터 두개씩 주문해 놓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특수부위들. 익숙한 부위도 있고 생소한 부위들도 있습니다.

입에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경험 삼아 한 번쯤 먹어볼 만했습니다. 

닭의 마무리로 테바사키(てばさき)

부드러운 닭날개를 생각했지만 적당히 질깃하면서 진한 맛이 느껴지는 고기가 좋습니다. 좋다는 말만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집 정말 하나하나 너무 훌륭합니다.

마무리로 껍질을 까서 나오는 토마토

맛이 진합니다. 아무래도 식재료의 차이겠죠...

이렇게 정신없이 이것저것 추가해가면서 먹었더니 꼬치 통 두개가 한가득...

하지만 아직 코스 메뉴에 딸려 나오는 식사가 남았습니다. 세 가지의 메뉴가 있다고 해서 하나씩 주문해 봤습니다. 

먼저 간장 계란밥.

뜨끈한 밥에 간장과 날계란을 비벼 먹는 건데 계란의 맛이 진해서인지 이것도 훌륭하네요. 

오차즈케는 진한 닭국물을 부어서 나옵니다. 

닭고기 소보로와 온센 타마고 덮밥.

반숙 노른자를 터트려서 밥과 함께 먹으면... 배불러도 먹어줘야 합니다.

이번 여행 중에 좋은 집들 참 많이 다녔지만 창천은 다음에도 꼭 가보고 싶은 식당입니다.

뭐랄까 좀 레벨이 다른 야키도리를 먹고 온 느낌이 드는 집이죠. 

술과 고기가 넘쳐나는 식사를 마치고 노면 열차가 다니는 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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