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오에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슬슬 공항으로 이동할 생각도 해야 하는 시점이라 택시를 잡아 타고 시부야로 향했습니다. 시부야는 언제 가도 적응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은 동네인지라 앞사람의 뒷모습만 보고 따라가다 보니 골목 어딘가의 빌딩 지하로 내려가고 그곳에 몽고 탄면 나카모토 시부야점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간임에도 자리가 없어서 바깥 의자에 앉아 대기합니다.
기다리면서 보니 안내판이 있는데 나카모토가 6주년이 된다고 하네요. 최근에 유행하는 집인 줄 알았는데 꽤 오래된 집이네요. 그러고 보니 일드 '라면이 너무 좋아 코이즈미상(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에서도 나카모토의 북극 탕면이 등장했죠.
나카모토의 메뉴판.
사진 위의 불의 개수로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데 차마 북극라멘은 못 먹겠고 한 단계.. 가 아니고 두 단계 아래의 몽고탄면으로 주문했습니다.
잠시 후 나온 몽고탄면(蒙古タンメン)
양배추를 위주로 하는 각종 채소를 푹 끓여낸 국물에 두부와 매운 소스가 얹혀 나옵니다. 국물에 가려져 안 보이지만 면발은 약간 굵은 직사각형을 하고 있죠.
이쯤에서 돌아보는 나카모토와 닛신의 콜라보 컵라면.
꽤 충실하게 원본을 재현해 놓지 않았나요? 나중에 공항 편의점에서 몇 개 따로 챙겨 와서 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반응 좋았습니다. 몽고탄면이 좀 맵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어서 북극탕면을 먹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두 번째 점심식사인지라 더는 못 먹을 것 같아서 다음 여행을 기약했습니다. 그나저나 어째서 매운맛의 라멘의 이름이 몽고와 연결되는지 뒤늦은 궁금증이 생겼지만 넘어가기로...
일행의 미소탄면(味噌タンメン)
맛은 보지 않았지만 일단 보기에도 순해 보이죠.
두 번에 걸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롯폰기에 들러 짐을 찾은 후 하네다 공항으로 향합니다.
출국 수속을 마친 후 상점가 구경을 하다가 옥상에 올라갔는데 전에 못 봤던 휴식 공간이 보이네요.
탁 트인 공간에 태풍이 지나간 하늘의 구름도 근사했어요.
멋진 풍경을 보며 돌아오는 헛헛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면세구역을 거쳐 탑승구로 향하던 중에 발견한 이나니와 우동 전문점 '우라라카(うららか)'
아키타의 유명한 우동집 '칸분 고넨도(寛文五年堂)'의 분점이라고 합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개인적으로 사누키 우동은 탱탱한 느낌이 너무 강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나니와 우동은 면이 가늘고 부들부들한 느낌이라 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광화문 쪽에 이나니와 요스케가 생겨서 국내에서도 이나니와 우동을 맛볼 수 있게 되긴 했는데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람이 몰린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아무튼 우라라카의 우동으로 최후의 최후로써의 훌륭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귀국...
항공권을 끊을 때 마일리지를 사용했는데 돌아오는 티켓이 없어서 난생처음으로 비즈니스를 타게 됐습니다. 비빔밥 기내식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겼었군요.
이렇게 4박 5일간의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동안 갔던 일본 여행 중에서도 가장 잘 먹고 마시며 돌아다는 여행을 다녀와서인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그나저나 이 브런치는 여행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했었는데 앞으로 어찌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