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京都 ) NOV 2016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친구들보다 반나절 정도 일찍 교토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식당입니다.
이전에 교토에 갔을 때 백화점 지하에서 먹었던 고등어 초밥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아서 별 기대가 없는
상태였는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왔습니다.
시간도 여유롭겠다 슬슬 걸어서 사카이에 도착했습니다. 니시키 시장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무렵이었는데도 한 팀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어쩌다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도쿄에 살고 있는 중년 부부신데 교토에 한 달간 휴가를 보내러 오셨다고 합니다. 그동안에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들르고 있다고 하는 얘기에 첫끼를 잘 골랐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여분을 기다리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단 맥주부터.
실내 자체가 좁네요. 가게에 들어서면 왼편으로는 남자 사장님께서 음식을 만들고 계시고
오른쪽으로는 다섯 사람 정도 앉을 수 있는 다찌에서 여사장님께서 손님을 맞고 계십니다.
오토시로 나온 생선 조림.
어릴 적 어머니께서 도시락 반찬으로 종종 싸주시던 북어조림이 생각나네요.
짭잘한게 맥주 안주로 조금씩 잘라먹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집 여사장님 손님 접대가 굉장히 능숙한 분이십니다.
다른 손님들과도 한참을 얘기를 나누시고 제게도 이런저런 얘기를 물어보시더군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대통령 문제 때문에 어떻게 하냐(이때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이었죠)라고 물어보고 시위도 많이 하지 않느냐 라면서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일 있을 때 거의 나가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하긴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은 성향이 다르니까요.
맥주를 다 마셔갈 때쯤 고등어 초밥이 나왔습니다.
이때가 11월 중순이었는데 그즈음의 고등어가 아주 맛있다고 설명을 듣긴 했습니다만
정말 감동의 고등어 초밥이었습니다. 연한 초절임이 되어 있는데 한껏 올라있는 기름의 고소한 맛이
잡내 없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주문을 할 때 전부 밥과 함께 주냐고 하셔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옆 사람을
보니 반만 밥과 함께 달라고 하면 나머지 절반은 사시미로 내주는 방식이더군요.
다음에 갈 일이 있다면 반반으로 해서 청주와 함께 먹어봐야겠습니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늦게 오는 일행들을 위해 포장까지 마친 후에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야식으로 먹기 위해 꺼낸 사카이의 고등어 초밥입니다.
포장할 때도 봤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포장용 초밥에는 가게에서 먹는 것과 달리 껍질을 깐 다시마를 한 겹 덮어서 만들어 줍니다.
이쪽도 맛은 훌륭했어요.
사카이에서 나와 시내를 어슬렁 거리다가 스마트 커피에서 커피를 마시고 일행들이 도착할
교토역으로 향했습니다.
코인로커에서 짐을 꺼내 올라오던 중에 특산품 매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때가 가을이어서 그랬는지 밤으로 만든 디저트들이 많더군요.
4개월 만에 다시 찾은 교토역이어서 그런지 왠지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리운 풍경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