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미 언젠가는 꼭 가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던 곳이 바로 아사쿠사의 오센틱 바 '플라밍고'입니다. 토리 나오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남길래 동네 산책을 하다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플라밍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의 외관이 독특해서 눈에 확 띄더군요.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여쭤본 후 휙휙 움직이는 바텐더 분을 포함해서 한 장.
나이 많으신 오너 바텐더께서 만들어주시는 칵테일들이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했었는데, 마침
휴일이라고 하시네요. 결과적으로 오너 바텐더의 칵테일은 맛보지 못했지만, 이날 바를 지키고 계시던
사진 속 바텐더 분의 칵테일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얼마나 좋았었는지는 이어지는 칵테일 사진의 개수로
알 수 있겠지요.
바에 놓인 것들은 비터인 듯 한데 그땐 미처 물어보지 못했네요. 가운데쯤에 보이는 작은 캐스크에는
숙성 중인 보모어가 들어 있습니다. 위스키는 마시지 않으려고 했던 자리였는데 하필 보모어여서
결국 한잔 하고 말았네요.
바 차지에 포함되는 기본 안주.
허투루 나오는 게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진토닉으로 시작.
이 하이볼 글라스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안 깨트리고 들고 올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말았죠...
Victorian Vat 진을 사용한 진토닉인데 쥬니퍼 베리가 두배로 들어간 진이라고 합니다.
이 맛에 반해서 한병 들고 왔습니다. 47% 짜리 일반 보틀 말고 56.3% 짜리 싱글 캐스크로요.
버번 쿨러 (였을꺼에요...)
Old Grand Dad 100 Proof을 사용하는데 처음 보는 버본이라서 여쭤보니 개성이 없는 버본이라
칵테일과 잘 어울려서 사용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것도 역시 한병 들고 왔습니다.
Old Overholt 라이 위스키가 들어간 맨하탄
베스퍼 마티니에는 키나릴레, 김렛에는 로즈 라임주스처럼 맨하탄에는 올드 오버홀트 라이 위스키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쪽으로는 잘 알지 못해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어쨌든 근사한 한잔이었습니다.
김렛도 한잔
사용하는 진은 보지 못했네요. 이집의 김렛은 직접 짠 라임주스에 숨은 맛으로 로즈사의 라임주스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레쉬 라임주스나 로즈 라임주스나 어느 쪽의 김렛이든 좋아합니다만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한 김렛은 처음 마셔 봤습니다.
한잔 한잔 감동의 연속입니다. 멈출 수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 취기도 오르고 흥도 오른 상태에서 자신 있는 칵테일을 부탁드렸더니
사이드카를 먼저 만들어 주시고
잭로즈를 만들어 주시네요.
잭로즈는 이곳에서 처음 마셔봤는데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로 바에 가면 종종 주문하고 있고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칼바도스를 만지작 거리고 있네요.
베스퍼 마티니
칵테일이 한잔 한잔 더해질 때마다 맛도 맛이지만 근사한 잔들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캐스크 안에서 숙성되고 있던 보모어. 다음 잔으로 이어지지 않게 잘 참아냈습니다.
나니와야 커피집도 그렇고 플라밍고도 그렇고 나이 있는 분들이 주 고객층을 이루네요. 그만큼 오래전부터 즐겨온 문화라는 것이겠죠. 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시 여행을 가게 되면 바 호핑도 해보고 싶네요.
폭풍의 술잔치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 마무리는 테이크 아웃한 요시노야의 부타돈...
여행은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