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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류미 Aug 09. 2021

예약 전쟁 없이갈 수 있는 서울의 가성비 오마카세

하나만 포기한다면, 정말 만족스러울 가성비 극강 오마카세들

문득,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이 뭔지는 사람마다 다를텐데요. 누군가는 엄마 밥상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배달앱으로 평소보다 비싼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청명한 하늘이 보이는 꽤 괜찮은 카페에 앉아 먹는 브런치일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럴 때면 핸드폰을 뒤적뒤적 거리며 평소 가고 싶어 저장해둔 맛집들을 살펴봅니다. 


이건 멀고, 이건 좀 꾸미고 나가야 먹을 수 있고, 이건 웨이팅이 너무 심하고, 이건 일행이 필요한 하는 음식이고... 다들 바쁜 세상. 갑자기 앞뒤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자고 친구를 불러내기도 그렇죠. 역시 남이 차려주는 정성 가득한 음식이 먹고 싶습니다. 어차피 혼밥이니 금액은 좀 낼 수 있고요. 이왕이면 대접 받는 느낌이 나고, 혼자 먹어도 되는 음식 중에 집에서 못 해먹는 음식! 평소에 잘 안 먹던 음식을 먹고 싶네요. 


아무래도 혼밥이니 바석이 좋겠는데, 여름이니 일본라면은 조금 덜 땡기네요. 차가운 밥류 중에... 아 스시! 예전엔 사케동이나 한판스시여도 충분했는데, 괜히 유행이라 그럴까요? 오마카세가 먹고 싶네요. 물론 오마카세 예약이 요새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굳이 예약이 안 찬 곳을 찾는 방법과 지금 먹을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게 있을 텐데요. 요즘 같은 때, 오마카세 예약이 안 채워졌다면 그것도 이유가 있는 곳. 차라리 '발품 팔기'를 선택합니다. 


이 여름에 발품팔기? 온라인으로 똑같이 자리가 날 것 같은 식당을 찾는 것이죠. 또는 '오픈어택'이라 불리는 문 열었을 때 줄 서 있다가 바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예상한 만큼만 딱 기다려서 된다면, 그게 어디인가요!


그런 날 다녀왔고, 만족했던 3개의 식당을 소개합니다.  


회기동 오관스시 

오관스시의 외관


입장 방법 : 오픈 어택 


가격 : 런치 15,000원, 디너 20,000원

1회전 손님 수 : 10명 

위치 : 회기역 1번 출구에서 8분 

영업시간 : 점심 11:30~13:30, 저녁 17:30~20:30 (매주 일, 둘째/넷째 월 휴무)



 



서울 최고 가성비 오마카세 중 하나일 '오관스시'는 예약을 받지 않습니다. 디너 기준 5:30 오픈인데요. 이 시간에 맞춰서 가게 앞에 서 있으면 됩니다. 정확히 10명 정도 착석 후에 세팅이 마무리되면 엄청 손이 빠른 셰프님이 스시를 내주십니다. 몇달 전이지만 4단계 이전 시점 기준으로, 평일 5:10까지 가면 안전했어요.


술을 시키지 않는 분들도 많아서 이른 식사를 하기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기물이나 인테리어가 주는 세련됨은 없지만 네타가 두툼하고 촉촉하고, 샤리는 좀 새콤한 편입니다. 시그니처인 가지초밥은 토치로 만드시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저도 별 기대를 안했는데, 가지초밥 참 맛있더라구요. 청어와 우니 등도 훌륭했고, 회전율이 좋아 그런지 전체적으로 선도가 좋습니다. 


무엇보다 빠른 사장님의 손놀림을 보고 있으면 이게 장인이구나 싶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보통 오마카세를 가면 피스 나오는 사이에 참 뻘쭘하잖아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10피스씩 만드시며 포장 손님까지 같이 쳐내시는... 셰프님. 따로 말씀이 있으시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냥 동네 맛있는 초밥집 온 것 같은 편안함이 있어요. 집에서 조금만 가까웠다면 정말 자주 갔을 것 같은 곳! 


청구역 스담 

지하철역에서 나가면 바로 보여요.

입장 방법 : 원래는 매주 일요일 다음주 전화예약이지만, 요즘은 인스타그램(@seudam1116)을 통해 수시 자리 발생을 안내해주심. 알림을 걸어두면 평일 오후 중 게시물로 그날의 저녁의 빈자리 상황을 알려주기 때문에 바로 전화해 예약하면 됨 


가격 : 런치 15,000원, 디너 24,000원

1회전 손님 수 : 8명 

위치 : 청구역 3번 출구 1분 거리 (신당동)

영업시간 : 점심 12:00~14:30, 저녁 18:00~21:00 (매주 일, 월 휴무)


비교적 서울 외곽이 아니면서 6호선, 5호선 환승인 청구역 출구 바로 앞에 있다는 게 정말 장점인 곳입니다. 오픈 6년차 스시를 쥐어오신 이 곳의 사장님은 손놀림이 매서우신데요. 과묵한 와중에도 다찌에 있는 손님 한명 한명을 챙겨주려 노력하시는 편입니다. 스시에 이어지는 마지막 식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손님들이 다 먹고난 뒤 마음에 들거나 먹고 싶은 추가 스시를 시키는 비율이 높기도 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스시를 더 시켜도 다른 곳 가격 생각하면 저렴하기도 하고, 한 점 한 점이 맛있기도 하거든요. 


부담없이 먹기 참 좋은 맛입니다. 그래서일까 맥주와 먹으니 더 잘 어울리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 날은 네기도로, 고등어, 참치, 장어가 괜찮았습니다. 남자분들은 술을 시켜 드시기는 하는데, 생맥주가 없다보니 병맥주나 도쿠리를 많이들 드시는 것 같아요. 물론 이른 타임에는 식사로만 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자리 간격이 조금 좁은 편에 가림막이 있어서, 체격 있으신 남자분들은 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논현동 해월 



입장 방법 : 네이버 예약 (런치만 오마카세를 하기 때문에 네이버 예약 가능)


가격 : 런치 스시 오마카세 38,000원

위치 : 강남구청역 도보 13분 (도산대로변 위치)

영업시간 : 점심 12:00~14:30, 저녁 18:00~22:00 (월 휴무)


프라자 호텔 일식당을 총괄하신 조리기능장 셰프님의 업장으로, 원래는 일식과 한식을 같이 내는 오마카세를 하고 싶으셨는데, 코로나로 사실상 오픈을 못하다가 최근 '스시 오마카세'를 중심으로 개시를 하셨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스시집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요. 왼편으로는 도산공원으로 향하는 논현동 큰길이 예쁘게 보이고, 볕이 들어오는 자리에 그릇들이 예쁘게 자리합니다. 가게가 세련되고 분위기 있고 깔끔해 여자분들이라면 꼭 바석에 앉으세요! 


빠지는 한 점도 없고, 독도 홍새우, 성대 등 사장님이 애정을 가지고 계신 흔치 않은 생선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쌀이.. 셰프님 아버님이 농사를 직접 지으시는 쌀이라고 하시네요. 디저트인 코코넛 아이스크림까지! 누구를 데려가도 좋은 곳입니다. 


저녁 테이스팅 코스(48,000원)는 회와 스시는 물론 식사와 아구 수육 등의 요리도 준비되어 술과 넉넉하게 코스를 즐기기에도 훌륭해 보입니다. 자부심 가득한 셰프님의 손맛을 느끼실 수 있어요. 테이블이 많아 가족단위 손님에게도 좋은 곳이에요. 밥먹고 도산공원 한 바퀴 돌고, 인근 디저트 맛집까지 뿌시면 정말 괜찮은 하루가 될 거에요. 


+ 합정역 로랑 


(지난 주 기준) 여긴 원래 예약이 수월했던 편이라, 이 글을 쓰며 소개할 예정이었는데요. 지금은 '월간 미식 계정' 에 소개되며 갑자기 혼자 음식하시는 가게에서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시다고 하네요. 오픈 2달! 역시 호텔 출신 젊은 셰프님의 가게로 이전에 연희동과 은평에서 같은 이름으로 하셨는데요. 정갈하고 양이 많아 특히 가성비가 좋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곳이에요. 그런 곳 있잖아요.. 이렇게 팔면 뭐가 남으실까 하는. 저녁 오마카세 38,000원에 스시 뿐 아니라 멘보샤 저리가라 하는 맛있는 가지튀김과 마지막 스튜 파스타와 모나카까지 먹고나면 배부르다는 말만 하게 되는 곳이에요. 섬세함도 놓지 않으시는 곳. 일요일엔 '술마카세'란 이름으로 예약을 받지 않고 워크인으로만 진행하시니 노려보세요! 

 로랑의 외관입니다. 셰프님이 젊고 편한 동네 오빠 같아요. 합정역 7번 출구 3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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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킷이 꽤 되었네요. 알고 싶은 식당이나 먹고 싶은 음식 댓글 남겨주시면 다음 식당 소개에 참고할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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