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그저 너,에게.
나는 네가 나인 줄 알았지.
그러니까 정말 너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치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나의 일부인 듯 여기며 살기도 했지.
그러니 내 정수리 들여다 볼 재주는 없어도
네 정수리부터 발톱 끄트머리 사정까지 다 알아서
간지럽다고 긁어 올라오는 부스럼 하나도 마치 내 것마냥 간지럽고 신경이 쓰여서
자꾸 뭘 발라주고
떼어주고
마음쓰곤 하던거야.
그런데 사실 너는 너잖아.
그걸 나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런데 그걸 자꾸 헷갈리는 날이 있거든.
그럴 땐 잔소리도 많아지고, 혼자서 파르르 하다가 아차차, 하는거지.
내 몸에서 어느날 쏙 빠져나온 널
머리카락 한올 한올, 보드랍고 귀엽던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 만져주고 눈여겨보다가 어느새
조금씩 우리가 멀어져야 하는 날이 오는건데 말이지.
다만 마치 노을처럼. 서서히.
처음에는 두 발부터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그렇게 너는 작고 귀엽게 너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그러다 품에서 빠져나와 너의 가슴팍에 새로운 꿈이 가득차고,
마침내
너의 생각도 마음도 온전히 너의 것이 되어가는 것.
그리고 그 곁에서
너의 발이 다치지 않게 튼튼한 신발을 신겨주고
너의 시간을 조용히 바라봐주고
너의 꿈을 응원하고 또 어느 날엔 위로도 해주며
너의 생각에 귀기울여주는 것.
실은 그게 부모의 무척 큰 숙제이고 과업인 것도 같아.
마치 내 것 같았던,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아는
약해보이고 소중했던 아가가 그렇게 커가는 걸 보며
아이를 낳기 전처럼.
다른 사람에게 쉬이 말해주듯이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삶인 것을
끊임없이 알아차리고
자꾸만 쫓아가지 말고
되려 뒷걸음질쳐서 기다리는 일.
아, 실은 그게 부모의 참 큰 숙제이고 과업인가보다, 해.
사랑이 큰 화두이던 시대.
너희를 유난히도 소중하게, 다정하게도 품었지.
그래서 더 어렵기도 했단다.
그 뜨거운 애정을 서서히 부채질하여 식히는 것이.
많이도 들여다보고 쓰다듬던 너의 손과, 발과, 마음들과 조금씩 멀어지는 일이 말이야.
그럼에도 늘 응원해.
나는 나도.
또한 너도.
너의 머리칼에 묻은 먼지 하나 잠시 떼어주다가 든,
그런 생각들이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