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change> 마지막 에피소드
AI와 함께 쓰는 디자인 픽션
<The Exchange> 여섯 번째 에피소드
[스트리밍 ON - The Exchange Live]
“오늘은 특급 손님이 오십니다. 은퇴 전까지 세 자릿수 억대를 굴리던, 고액 자산가 고객이죠.
그런데… 이분이 원하는 건, 돈을 더 버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겁니다. 물론… 서류상에서만.
참고로, 이분이 가장 믿는 존재는… 귀여운 녀석이네요.
네, 개 한 마리요. 오늘의 주인공과 귀여운 친구를 같이 모셔볼까요? 귀를 기울이세요. 이 거래가 얼마나 깨끗하게 끝나는지, 곧 보게 될 겁니다.”
해크니 뒷골목의 가을 공기는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낡은 VHS 카메라 두 대가 가게 입구를 비추고 있었다.
첫 번째 카메라는 골목을, 두 번째 카메라는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지수를,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오래된 스마트 기기 더미를 찍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젊은 여자가 먼저 들어왔다. 고개를 깊게 숙이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 뒤로 작고 단단한 웰시 코기가 힘차게 걸어 들어왔다. 리드줄이 팽팽해지고, 그 끝에서 은빛 로보휠체어가 천천히 움직였다.
버건디색 코트를 걸친 노부인이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사람을 스치고 지나가, 오직 코기에게만 멈췄다.
지수는 잠깐 같이 들어온 여자를 다시 보았다.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지수의 기억 속에서, 인플루언서 손님이 언급했던 ‘깨끗한 목표물’로 선정되었던 워홀 비자를 가진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문 옆에 서있는 그녀와 겹쳐졌다. 거의 동시에,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
“얘는 제 전부예요.”
노부인의 손끝이 코기 귀를 쓸었다.
“사람은 믿을 수 없죠. 모두 돈 받고 움직이니까.”
말끝에, 그녀는 힐끔 젊은 여자를 보았다.
“자식 놈들도, 저기 서있는 쟤도 우리 집 청소하라고 고용했는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그런 척을 하는 건지 믿을 수가 없고… 그리고… 당신도.”
마지막 ‘당신’이라는 단어에 맞춰 노부인의 턱 끝이 지수에게 향했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2035년의 상속 시스템은 이미 자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예상 상속인’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노부인의 자녀들은 이렇다 할 재주 없이 재산을 한 푼도 모으지 않았으면서, 그녀가 가진 자산의 정확한 숫자까지 꿰고 있었다.
“자식 놈들은 기다리는 거예요. 내가 숨을 멈추는 날을.”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죽고 나서 그놈들 손에 내 돈이 쥐어질 생각을 하면 눈을 감을 수가 없어. 서서히 내 자산을 메마르게 해 줘요. 가난하게 보여야 해요. 물론, 진짜로 가난해질 필요는 없죠.”
생각만 해도 괘씸하다는 듯이 노부인은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로보휠체어가 그녀의 혈압이 높아진다고 경고 알람을 울렸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노부인은, 재산 데이터 조작을 대가로, 지수에게 큰 몫의 가상화폐를 약속했다.
“청소하는 애보다 몇십 배 더 주는 거예요. 얘도 여기까지 나 데려온다고 수고비 조금 더 주기로 약속했거든. 대신, 모든 거래는 깨끗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해 줘요.”
노부인은 옆에 서 있는 여자가 자기 말을 알아듣는지 시험하듯 빠르게 말했다. 지수는 예상보다 큰 금액의 보상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여자가 반응하는지 궁금해서 흘깃거렸다. 여자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노부인 옆에 앉아있는 코기를 몇 번 쓰다듬고 다시 자세를 바로 했을 뿐이다.
지수의 시선은 코기 목에 걸린 목걸이로 향했다. 은색 링 안쪽에는 GPS와 음성 기록 장치가 깔끔하게 박혀 있었다.
“부인, 거래에 조건을 하나 추가해야 할 것 같군요. 부인이 전부라고 하신 그 녀석이… 제일 큰 구멍이 될 것 같거든요.”
웰시코기의 머리를 익숙하게 쓰다듬던 노부인의 손이 멈췄다. 지수는 조용하게 코기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노부인은 지수의 손가락 끝과 코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더니 냉정하게 대답했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안돼. 가능성은 모두 막아주세요.”
앙상한 손으로 노부인은 휠체어에 연결된 리드 끈을 해제했다. 코기는 불안하게 그녀의 손을 킁킁거리며 핥았지만, 노부인은 더 이상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노부인이 주도하던 거래는 지수가 리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코기는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듯 노부인과 지수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거래는 지수가 제시한 조건대로 진행됐다.
지수는 그녀의 금융 프로필 계좌를 가장 퍼포먼스가 약한 투자 포트폴리오와 연결했다. 몇 개월만 지나면 그녀의 계좌는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노부인의 크립토 유서에는 상속 시 빚과 부채를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노부인이 실제 투자한 자산 내역, 숨겨진 계좌, 모두 안전하게 숨긴 후 기록을 삭제했다.
지수의 솜씨는 깔끔했다. 노부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지수는 노부인의 유일한-믿을 수 있는 친구, 코기의 기록을 통째로 복사했다.
그 안에는 그녀의 일상과, 감춰온 습관이 담겨 있었다. 고급 카지노, 불법 미술품 경매, 세금 회피를 위한 페이퍼 컴퍼니…
노부인의 웃음 뒤에는 오래된 탐욕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크립토 거래 서류에 서명한 그녀는 로보휠체어 조이스틱을 고쳐 잡았다. 방향을 출구 쪽으로 틀어 문을 열어 주려는 젊은 여자. 지수는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그쪽 프로필, 불법 사이트에서 지우세요. 워홀 비자 가진 사람 신상만 노리는 사람이 꽤 많거든요.”
이때까지 표정 변화가 없던 젊은 여자가 처음으로 지수를 쳐다봤다. 그건, 좋은 가격이 나오면 팔려고 간직해 둔 ‘깔끔한’ 그녀의 프로필.
놀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지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노부인은 눈치를 못 챈 것 같았다.
문이 닫히고, 가게는 고요해졌다.
지수는 라이브를 종료했다.
지수는 카운터 아래에서 코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코기… 세상 한 바퀴 돌아보고 싶어? 혹시… 그 꼬마, 아직 살아 있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코기는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호기심 많은 눈으로 지수를 올려다봤다.
지수는 코기의 리드 줄을 잡고, 가게 문을 닫았다.
해크니 골목의 작은 가게, <The Exchange> 간판 불이 꺼졌다. 지수와 코기는 해가 뜨는 방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