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하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Jun 03. 2024

D + 14

20240603 흐리고 선선

일러스트 : 팥빙수 by 최집사



 주말에 친구네 동네에 다녀왔다. 차로 한 시간 거리라 반려인 찬스를 썼다. 이른 시간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 왔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쿠키와 케이크도 먹었다.) 잠깐이라고 하기엔 수영 이야기부터 여행 이야기까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때쯤 되어 다음을 기약하고 일어났다. 원래 가끔 봐야 반갑고, 잠깐 봐야 그리운 법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번엔 함께 건강검진도 받으러 가고 여행도 가자고 했다. 그럴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게 새삼 마음이 놓였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제일 먼저 다 읽었고, 미세 좌절의 시대(장강명 저)와 미니멀리스트의 식탁(도미니크 로로)은 나누어 읽고 있다. 이미 소유한 책은 이상하게 잘 읽지 않고 관리도 힘들어서 새 책을 잘 사지 않는다. e북도 좋은 대안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읽고 싶은 책이 나와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간혹 소장하고 싶은 책을 구입할 경우는 기존의 책들 중 몇 권은 정리하려고 한다. 책이 짐이 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지금 가진 책장이 넘치지 않게 유지하고 싶다.



주말에 끓여놓은 백숙을 출근하는 반려인 아침으로 차리고 점심때 맞춰 장을 봐왔다. 찌개에 넣을 두부도 사고, 채소잼 만들 깨순도 사고, 반려인이 좋아하는 시나몬롤도 샀다. 겨울에 먹으려고 담가둔 장아찌를 야금야금 꺼내 먹고 있는 관계로 다시 만들어 두기 위해 가지와 버섯도 더 사다 놓았다. 일단 오늘은 저녁용 찌개만 만들고 나머진 내일을 기약해야지... 채소가 풍족한 계절이라 먹을 게 많아져 좋지만 은근히 일이 늘어나는 걸 느낀다. 버섯과 두부만 넣던 찌개에 호박, 양파, 대파, 청양고추까지 씻고 다듬고 썰어 넣으니 냄비가 화산처럼 폭발할 거 같다. 냉큼 불을 낮추고 용암처럼 흘러넘치는 국물은 숟가락으로 홀짝이며 애지중지 끓였다.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서 그런가, 다행히도 괜찮은 맛이 났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좋아하는 책을 빌려와 읽는 것…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과하지 않게 부족한 듯 만족하며 살고 싶다. 선천적 눈치와 학습된 비교 능력은 이제 필요 없어졌다. 누가 무슨 차를 사고, 어디에 집을 사고, 어떤 일을 하며 얼마를 벌더라는 이야기에 휘청거릴 이유도 없다. 내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비법 육수나 특제 양념 없이도 그만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7vu2zzviyS/?igsh=MWM4eHIybGVubDJhMQ==


매거진의 이전글 D + 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