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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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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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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4 반짝 화창

일러스트 : 스터디냥 by 최집사



아침 햇살이 좋아 이불 빨래를 했다. 초여름 날씨지만 일교차가 커서 아직까지 솜이불을 덮고 자는데, 그리 두껍지 않아 세탁기에 두 개 다 넣고 돌려도 거뜬했다. 행주도 삶고 도마도 꺼내 말리고…. 뭐든 자꾸 할 수 있다고 재촉하는 날씨였다. 냥이들도 모처럼 베란다 캠핑 의자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 역시 팔자는 타고나는 건가… 쌍으로 드러누워 한량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잠시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스투키 테러 사건 후 냥이들 스트레스 해소용 화분을 만들었다.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밀싹 씨앗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는 두 개나 심었다. 하나만 심으면 싸울 거 같아서… 이런 속 깊은? 집사의 마음을 모르는 룽지는 아침부터 사사건건 간섭을 했다. 전쟁터가 된 바닥을 쓸어 담고 화분에 물을 듬뿍 뿌린 뒤 빨래 건조대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어느 정도 자라면 짠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보여줘야지.



 작은 수박을 한 덩이 사고 싶었는데 마침 오일장이라 시장에 다녀왔다. 자전거를 타고 큰길 신호등에 멈춰 서니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 뉴스나 유튜브에선 세상 험한 이야기만 하는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평화가 느껴졌다. 앵두도 나왔고 토마토도 싱싱해 보였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수박 한 덩이와 콩국만 사 왔다. 이미 냉장고 채소칸이 만실이므로 다음 장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요거트에 말아먹을 그래놀라를 구웠다. 건망고도 잘라서 통에 담아놓고 점심으로는 비빔막국수도 만들어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나이 탓인가 싶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학창 시절에도 5교시 때마다 졸았던 거 같다. 잠깐 쉬려고 소파에 앉으니 냥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한 마리는 배 위에 올라와 그루밍을 하고, 한 마리는 물고기 인형 앞에서 아련한 표정으로 사냥 신호를 보냈다. 하는 수 없이 레이저로 조금 놀아주다 안방으로 들어와 누우니 그제야 자기들도 자겠다고 위치를 잡았다. 20분 알람을 맞추고 눈을 붙인 뒤 일어났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 )

https://www.instagram.com/reel/C7yYH8nvhiZ/?igsh=emN2ZmVvYnJ0YT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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