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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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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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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5 지구의 날(씨)

일러스트 : 고양이의 시간 by 최집사



아침에 일어나 쌀 씻어 불려 놓고,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로 장아찌를 담갔다. 이번엔 버섯과 가지에 이어 파프리카도 추가했다. 전에 담가둔 장아찌물을 버리기 아까워 채에 걸러 채수랑 섞은 뒤 한 소쿰 끓여 재사용했다. 한층 더 농축된 탓일까 색도 진해지고 깊은 향이 났다. 냉장고에 토마토도 오래가지 못할 거 같아 양념을 더해 페스토도 만들었다. 파스타 해 먹을 때 넣거나, 호밀빵에 찍어 먹으면 좋을 거 같다.



 주방에서 이것저것 만드느라 오전이 훌쩍 가버렸다. 느지막이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점심으로 얼마 전 만들어둔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었다. 상추도 숭덩숭덩 뜯어 넣고 피클도 종류별로 꺼내 먹으니 금세 배가 빵빵해졌다. 후식으로 수박도 몇 쪽 입에 넣으니 코끼리 수면제가 따로 없었다. 산책을 다녀올까 하다 햇살이 뜨거워 보류하고 거실에서 자전거를 탔다. 냥이들이 때마침 오침에 들어 모처럼 사냥놀이를 스킵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두 차례 더 모기에 물렸다. 새로 입주 한 아이인지, 기존에 녀석이 번식을 한 건지 알 길이 없지만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비밀 통로가 있지 않을까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군데군데 부적처럼 놓아둔 시나몬의 효과는 미비했다. 요새 모기들에겐 그다지 치명적이진 않은가 보다. 베란다 창문도 확인하고 화장실 방충망도 보수하고 나름의 방역? 작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매일 신경 써서? 샤워도 하는데 유독 올해 많이 물리는 거 같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갱년기 모드다 보니 수시로 땀을 흘려서 그런가, 본의아니게 모기들에게 인기가 많아졌다.



그들에게 어필할 마음은 없었으나 이리된 것이 조금은 지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유독 벌레가 많다던데… 그만큼 이 땅에 분해할 쓰레기가 많다는 뜻이 아닐까. 오늘은 지구의 날이니 만큼 쓰레기도 덜 만들고 안 쓰는 콘센트도 다시 확인해서 뽑아두어야겠다.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71OtWcPSsq/?igsh=MWppcThpdTYweDg3M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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