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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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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n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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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후덥후덥

일러스트 : 주방작업실 by 최집사



주말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사춘기가 된 주인공의 마음속이 새로운 감정들의 등장으로 복잡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다양한 감정들이 갈등하고 부딪히는 걸 보니 내 일처럼 공감이 되었다. 특히 일어나지 않은 나쁜 일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장면에선 내 머릿속을 보는 것처럼 뜨끔했다. 만족, 편안, 안정 같은 감정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다들 비슷한 감정들로 힘들어하고 기뻐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유별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이지만 눈이 일찍 떠졌다. 날도 덥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 아무것도 하기 싫은 월요병 증상이 나타났다. 악뮤의 노래 속 계란 프라이처럼 퍼져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 동안 폰을 너무 많이 봤나… 알 수 없는 우울을 어떻게든 덜어내려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냥이들이 물을 갈아주고 반려인 아침을 차린 후 감자와 맛동산을 캤다. 대량으로 만들어놓은 국을 소분해 얼려두고 청소기를 돌리고 행주도 삶았다. 원두가 없어 커피를 사러 갈까 하다 오늘을 그냥 건너뛰기로 했다. 좋은 원두를 주문해 놨으니 좀 더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껴둬야지. 대신 작두콩차를 마시기로 했다. 장날이라 자전거를 끌고 가 콩국과 과일도 사 왔다.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습기를 가득 머금은 더운 바람에 얼굴에서 땀이 퐁퐁 솟아 나왔다.



 점심으론 카레를 먹었다. 양파, 소고기, 버섯, 지난번 채소가게에서 사 온 고춧잎도 넣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떡볶이 먹듯 삶은 계란을 으깨어 먹으니 적당히 기분 좋은 매움이 입 속에서 맴돌았다. 즐겨보는 지리산 귀촌 영상을 보며 먹었다. 채소들이 쑥쑥 자라는 계절이라 유투버의 바지런하고 분주한 일상에 덩달아 에너지가 돌았다. 쇼핑과 언박싱만 잔뜩 있는 영상보다 소소하게 밥 해 먹고 살아가는 잔잔한 브이로그를 좋아한다. 다큐 같고 인간극장 같은 그런 화려하지 않은 사람들의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매일 똑같고 별 볼 일 없는 거 같은 나의 일상도 조금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 릴스로그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8ly6hRPK3g/?igsh=MWc0YTY4OXk5Ym9v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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