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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Jul 30. 2024

냥이들과 함께 하는 미라클 모닝 D + 47

20240730  폭염 폭탄

일러스트 : 냥냥에어 by 최집사



 룽지가 새벽에 우는 바람에 통 잠을 못 잤다. 어제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지 단단히 복수를 계획한 모양이다. 요즘 같은 폭염엔 새벽에 겨우 깊은 잠이 드는데, 아이는 집사의 꿀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듀엣 결성이라도 했는지 꾸리와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모니까지 맞췄다. 밥도 주고 화장실도 봐주고 창문도 열어주고 장난감도 꺼내줬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정신만 더 또렷해졌고, 새벽 5시경 까칠해진 마음을 주체 못 해 아이들을 불러 앉혔다. 순간 냥이들은 미션에 성공했다는 듯 눈빛을 교환 했다. 그러곤 마징가 귀를 쫑긋거리며 나의 긴 넋두리를 자장가 삼아 꾸벅꾸벅 잠이 들었다.



반려인은 꾸리가 룽지에게 우는 법을 가르친 거 같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꾸리도 알람 알바의 이원화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껏 독박 알람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거 같다. 자연히 씨리의 모닝콜은 무용지물에 되었다. 그보다 강력한 사운드가 든든하긴 하지만 원하는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애석한 현실이다. 덕분에 요즘은 저녁 9시만 되어도 잠이 쏟아진다. 이렇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이 정립되나 싶기도 하다. (과연…) 얼렁뚱땅 냥이들과 함께 하는 미라클 모닝이 시작되었다. 부디 이 이벤트가 여름 특집으로 그치길 바란다.



단골 채소가게가 내일부터 휴가에 들어간다고 한다. 서둘러 필요한 것들을 메모하려 다용도실로 갔다. 그걸 본 룽지가 말없이 뒤를 밟았다. 냉장고 문을 열자 이때다 하고 드러누워 온몸에 냉기를 만끽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는 에어컨 바람보다 냉장고 바람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주말부터 반려인도 휴가에 들어가는터라 한동안 먹을 것들과 정리할 것들을 체크해서 서둘러 장을 봐왔다.



해가 내리쬐기 무섭게 매미의 곡성이 들려왔다. 마트에서 사 온 아오리 사과를 우걱우걱 씹으며 몽롱한 정신을 붙들었다. 냥이들은 때맞춰 오수에 들었고  속 좁은 집사는 지난밤이 떠올라 괜히 깨우고 싶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람 알바는 나를 포함 3교대인 거 같다. 어떻게 유니폼이라도 맞춰야 하나… 꾸리는 안경을 씌우고 룽지는 반바지를 입히고, 오늘은 그런 그림을 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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