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티끌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Aug 02. 2024

쉴 틈 D + 49

20240802 꼼짝 마라 해

일러스트 : 냥앗간 by 최집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날씨다. 새벽이 되어도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나는 정말 지쳤다… 땡볕, 땡볕.’ 냥이들이 옆에 가만히 누워 있으라 한다. 이럴 땐 플랑크톤처럼 육신이 서넛 쪽으로 자가 분열되어 빨래며 설거지며 갖가지 집안일을 도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오늘같은 날씨에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 면 냥이들도 따라 나오지 않는다. 문 앞에서 콧구멍만 벌름거리고 얌전히 기다린다. 문을 열고 청소를 할 때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조선시대 변강쇠처럼 처참하게 육수를 한 바가지 흘린다는 소리다. 여름이 이리도 더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게 우리 시간에 쉼표를 찍을 곳을, 지구가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휴가가 시작된 반려인은 아침부터 랜선 필드 여행을 떠냈다. 나도 오늘까지 굵직한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주말부턴 휴가 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쉬는 동안 삼시세끼 밥 차릴게 걱정이지만 모처럼 방학하는 기분이라 조금 설레기도 한다. 밥순이에 매진하다 초록 괴물로 변하지 않게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지난밤 반려인에게 하루 한 끼 정도는 스스로 해 먹으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해 두었다. 활동량이 적으니 두 끼씩만 먹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엔 서울, 부산 1박 2일씩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금 시기에 그나마 덜 붐비는 곳을 생각해 선택한 것이다. 공기 좋고 물 좋은 휴양지는 좀 더 한적할 때 가고 싶다. 논, 밭, 산은 주말마다 보는 풍경이니 그저 낯선 도시에서 잠시 머물다 오고 싶은 마음이다. 냥이들에게도 사이좋게 있으라 일찍이 당부를 해 두었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을 만큼 충전이 되면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이제부터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p.s 여름휴가를 맞아 연재를 잠시 쉬어갈까 합니다. 올여름을 아름답게 착각할 무언가가 필요하단 걸 느꼈습니다. 아무쪼록 더위 조심하시고 충분히 뒹굴거리는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한풀 꺾인 더위와 찾아오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소유 D + 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