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요리, 최소한의 설거지

요리

by 최집사



매일 건강하고 다양한 요리를 챙겨 먹기란 쉽지 않다. 간편식과 배달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건 품이 드는 일이고 일상은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소정의 돈과 더불어 저효율적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며, 구입 가능한 식재료의 한계와 게으름이 변수로 작용한다. 우선 두 식구가 신선하게 요리해 먹기 위해선 한 번 장을 볼 때 여러 가지를 사 두질 못한다. 몇 가지 구색을 갖추어 구입할 경우, 일부는 얼리고 말리고 졸여 저장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가성비에 현혹되어 과소비를 하는 날엔 음쓰 셔틀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그럴듯한 요리에 욕심을 부리기보다 식재료 관리를 위한 끊임없이 잔머리와 밀당을 반복하는 쪽이 현명하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 레시피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다. ‘요리는 템빨’이라는 신흥 이론을 무시하고 끝내 먹을 만큼 먹고사는 법을 택했다. 도마도 잘 쓰지 않는다. 웬만한 과일과 채소는 식초물에 담가 뒀다가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다. 음식을 접시에서 바로 손질하면 설거지도 적고 먹기도 좋다. 굳이 나만의 아이템을 꼽자면 튼튼한 과도와 주방 가위 정도, 재료를 보관한 용기를 그릇 삼아 먹기도 하고, 양념을 만들고 난 숟가락으로 바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한 그릇이나 원팬 요리 덕후일 수밖에 없다. 생각만큼 궁상맞지 않다. 발우공양의 마음으로 단정하게 조리해 먹는다면 오히려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된다.



식세기는 쓰지 않고 일일일설거지를 목표로 살고 있다. 폐식용유로 만든 설거지바를 다용도로 사용하며 가공처리를 거치지 않은 천연 수세미를 쓰고 있다. 주방 선반과 냉장고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만을 기본조미료로 두고, 후추를 비롯한 대여섯 가지 허브들만 가지고 있다. 김치, 조림, 장아찌류의 남은 양념은 소중히 끓여 새로운 요리 양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감히 하루아침에 이 몸이 흉내 낼 수 없는 재현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만든 김치찌개에선 김치 국물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요리에 여러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다소 밋밋하고 뭔가 부족한 듯한 간이라도 재료가 가지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편이다. 극단적인 귀차니즘이지만 라면이나 인스턴트식품은 먹지 않는다. 과자, 아이스크림, 치킨, 햄버거도 먹지 않는다. 어쩌다 있는 외식이나 지인은 만날 땐 이런 제한에도 여유를 두지만, 스스로 끼니를 챙겨 먹을 땐 그런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요리와 설거지에 공을 들이는 대신 장보기와 냉장고 관리에 신경을 쓴다. 조리도구는 최소한으로 구비하고, 여러 개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씻어 쓴다. 컵도 여름용 유리잔과 겨울용 두꺼운 머그잔만 두 종류만 사용한다. 평소 물을 마실 땐 텀블러를 사용하며, 어쩌다 손님들이 오면 있는 대로 꺼내어 놓는다. 어떤 플레이팅을 할까 고민할 만큼의 그릇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안에 무엇을 얼마만큼 건강하고 간편하게 담아 먹을까라는 연구에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너무 많은 그릇과 접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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