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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Aug 20. 2024

중년의 마음 D + 56

20240820 비 오고 흐림

* 1588번째 드로잉 : 발냄새 감별사 by 최집사



 새벽에 비 오는 소리에 깨어 신속히 베란다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이 들었다. 조금 시원해졌길 기대했지만 온도계는 지조?를 지키며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양치를 하고 나와 녹차를 마시고 반려인의 아침으로 누룽지 닭죽을 끓여 주었다. 그가 출근한 뒤 물기 가득한 화장실을 정리하고 나도 아침을 챙겨 먹었다.



삶은 감자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금 후추 파슬리를 뿌린 뒤 방울토마토와 당근 샐러드, 오이를 곁들여 먹었다. 참, 그가 남기고 간 장아찌도 접수했다. 오래전 장염에 걸렸을 때랑 항암치료받을 때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감자를 삶아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나마 소화도 잘 되고 탈이 없으니 아침으로 이것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계란을 삶아 껍질을 벗겨 두고, 시원한 두유를 꺼내 보리가루를 타 마셨다.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해 커피를 자제하는 중이라 대체할 만한 걸 찾다가 발견했는데 입맛에 잘 맞아 위안이 된다. 그렇게 좋아하고 고집을 부렸던 커피를 먹지 않게 되는 날이 오다니… 한편으로 그 덕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게 된다. 중년이 되어 변한다는 건 갑각류가 묵은 껍질을 탈피하듯 그동안의 고집을 벗겨내는 과정과 닮았다. 가장 여린 마음을 내어놓고 아이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진 않지만 성장을 위해선 이 또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했다. 라디오에서 태풍이 온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는 게 부담이 되었다. 이번 태풍 이름은 종다리라고 하던데 이름이 참 귀엽다. 하루빨리 종다리 같은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점심엔 남은 도토리묵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서 있는 대로  찬을 꺼내 이것저것 올리고 비빔장은 새빨간 초고추장으로 올려 먹었다.



뉴스에서 국회가 국민연금 인상 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적용 비율을 다르게 인상한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 많이 벌고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내는 게 이치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 위한 정책인지 속이 훤이 보여서 마음이 찌푸려졌다. 그런 방식으로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 시민들이 서로 돕고 단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처사이다. 요즘 정책들은 쓸데없는 편 가르기를 유도하는 정치적인 의도가 보여 언짢은 기분이 든다. 종부세도 폐지하고 상속세도 줄이고… 결국 점점 더 가진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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