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귀여움

쏘잉

by 최집사



지방 국립대 의류학과를 나왔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복수지원 가능한 학과를 택했다. 그곳에서 실이 만들어지고 옷이 되는 과정, 섬유 제품을 제작하고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한 번의 휴학을 했지만 학자금 대출 제도로 무사히 졸업을 했고, 관련 직종에 잠시 몸담았다가 다시 학자금 상환 제도로 이직을 했다. 10년 전쯤 회사에 살다시피 한 시절에 옷 만들던 추억을 버리지 못하고 작은 재봉틀을 구입했다.



일상이 팍팍하고 지겨워질 때마다 꿈 많던 소녀로 돌아가 무언가를 사부작사부작 만들며 위안을 얻었다. 지금은 주로 가사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며 업사이클 작업을 한다. 내가 만든 물건이 예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필요할 때마다 충분히 생각해 제작하고 있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제는 곁에 두고 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만 소유하고 싶다. 자연히 무난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약간의 귀여움도 포기할 수 없다.



원단은 못 입는 옷이나 빈티지 마켓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걸 이용한다. 현재 사용 중인 티코스터, 앞치마, 식재료 주머니, 에코백 같은 것들도 직접 만든 것이다. 가끔 애정을 담아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재사용 원단이지만 만들어 놓고 보면 제법 쓰임이 좋고 다정한 느낌을 준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만큼 추억도 묻어 있어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가끔은 고양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만든다. 집사의 채취가 베인 옷을 잘라 인형을 만들어 주면 성심성의껏 격한 애증을 표현해 준다. 버섯과 당근 장난감을 비롯해 곰돌이. 감성돔. 오징어 인형까지 다양한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훨씬 그럴듯한 아이로 빠르게 배송되지만, 어차피 물고 뜯고 맛보고 만진창이가 될 테니 남아도는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어 주는 편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귀엽고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들며 나의 쓰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최저시급 알바 이상의 보람도 느낀다. 일을 그만둔 게 된 건, 새로운 곳에서 나를 써주지 않는 건, 버려졌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동안 소홀했던 의미를 배우고 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을 지키는 건 분명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비록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 매일 할 수 없지만, 어쩌다 꼭 필요한 것들을 자급자족하는 일은 그 일상을 향유하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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