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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Aug 19. 2024

별일 없는 일상 D + 55

20240819 폭염

* 1587번째 드로잉 : 냥부바 by 최집사


 새벽 5시 반인데도 해가 환해 일찍 눈이 떠졌다.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움직이자 싶어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란다에 이불을 널고 냥이들 물과 밥을 갈아준 뒤 거실 소파에 앉아 녹차도 한 잔 마셨다. 이 시간엔 선선해서 좋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작은 방에서 감자와 맛동산을 캘 땐 오금에 홍수가 났다.



아침으론 찐 감자와 삶은 계란, 오이, 당근샐러드, 아오리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챙겨 먹었다. 반려인에겐 잡곡밥과 소고기 미역국을 차려줬다. 그가 출근하고 설거지와 화장실 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마침 장날이라 도서관에도 다녀올까 싶어 9시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휴가와 방학이 끝난 탓인지 열람실은 동네 어르신들만 있었다. 집에서 가져온 보리 두유를 마시고 두 시간 정도 작업을 했다. 점심때가 되기 전 시장으로 가 반려인이 좋아하는 갓 볶은 땅콩을 만원 어 치 사고 홍초 한 컵도 얻어먹었다. 무더위로 노점도 많이 없고 과일이 비싸기민 하지 상태가 메롱이었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에 햇고구마가 있어 실한 아이들로 푸짐하게 데려왔다. 손질을 내일 하기로...



점심으로 마지막 남은 미역국과 밑반찬을 꺼내 먹고 오후에는 닭국을 끓이는 작업을 했다. 쌍(선)풍기를 틀어놓고 냄비 앞에서 한 올 한 올 뼈를 발라내고 살을 찢어 끓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맥주와 땅콩을 들으며 수영하는 사람들이 그려진 파란 손수건을 꺼내 초단위로 맺히는 땀을 닦았다. 주방일을 마무리하고 매실차를 만들어 안방으로 갔다. 에어컨을 켜고 누우니 냥이들도 삼삼오오 따라와 옆에 누웠다. 젤리 한 번 만지고, 뱃살 한 번 만지고 피로를 풀었다.


왼. 최집사의 조찬ㅣ오.치즈 바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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