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익어가는 가을 D + 70

20241024 청명한 하늘

by 최집사

* 1655일째 드로잉 : 베이킹 파트너



- 1시 27분경 [냥이 1]이 일어나 그루밍을 시작했다. 커다란 아나콘다처럼 똬리를 튼 몸으로 열심히 옆구리를 핥았다. 곧이어 [냥이 2]도 일어나 밥을 먹고 왔다. 잠이 깬 걸 들켜버린 [집사 1]은 조용히 복부를 내어 주었다. 고맙다며 올라와 골골송을 세 곡이나 불렀다. 앵콜 요청은 없었다. 열정 가득한 공연에 전기장판을 끄고 선풍기를 돌렸다. [집사 2]도 갑갑한지 프라이팬 위 고등어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었다.


- 지난밤엔 초저녁부터 방전되어 일찍이 몸을 뉘었다. 방구석 패셔니스타처럼 이불 두장을 레이어드하고 졸린 눈을 꿈벅거린 게 8시 반쯤 되었던 거 같다. 새벽에 깨어도 될 만큼 숙면을 취했으니, 억울한 마음은 없었다. 생각 같아선 일어나 작업을 좀 하고 싶었지만, 두 냥이들이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다리와 팔을 깔고 앉아 나를 말렸다.


- 냥이들은 하루를 4번 쪼개어 산다고 하던데… 집사 생활 3년 차, 그들의 생활패턴을 닮아가는 거 같다. 정확히 하루 세 번 고비가 온다. 그때마다 곯아떨어진다면 하루를 네 번 사는 기분이 들까? 그러기엔 평균 이상의 멘털과 배짱이 필요할 거 같다.


- 쓰지 않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정리해 당근에 올려놨는데 지난 자정, 사겠다는 사람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닉네임이 ‘장미’라는 분인데 순간 예전 개그 콩트에서 나온 ‘밤에 피는 장미‘라는 가사의 노래가 떠올랐다. 같은 시간 도착한 택배 문자를 보고 나의 밤이 누군가에겐 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양치를 하며 답장을 보내 두었다. 언제가되었든 저마다의 달콤한 가을밤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오늘의 일정 : 버섯 수프 만들기. 병원 진료. 오는 길에 냥이들 양치 스낵 사 오기.


* 뽀너스

https://www.instagram.com/reel/DBfeHc8ylF2/?igsh=NWkzZnA5MnBiNm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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