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데려갈 고양이 D + 74

20241030 짙은 아침 안개

by 최집사

* 1661 번째 드로잉 : 잔디 깎는 고선생



- 지난밤 1시 47분경, 아파트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스피커가 고장 나는 바람에 모기가 속삭이는 소리 같았지만 분명 사이렌 소리였다. 불이 났으니 신속히 대피하라고. 함께 자던 냥이들은 일찌감치 주행랑을 쳤다. ( 이래서 머리 노란 짐승은 거두는 게….;; ) 순간 꿈인가 싶었지만 정신을 차라고 반려인을 깨워 거실로 갔다. 관리실에 연락을 한 뒤, 사실 파악을 위해 그에게 나가보라고 했다. 그 사이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라면 무얼 챙겨야 하나 머리를 굴렸다. 눈앞이 하얘지는 와중에 냥이들 이동장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전기차단기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 말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후 오작동이라는 방송이 나오고 작은 소동은 끝이 났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생각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매일 이런 기분이겠지…


- 새벽안개를 해치고 산책을 다녀왔다. 건널목을 건너 공원에 들어서니 일찍이 예초 작업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굉음을 내는 예초기와 어스름한 실루엣이 호러영화를 연상케 했다. 지난밤의 기억의 잔상이 남은 탓도 있었다. 순간 얼마 전 공원에서 봤던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역시 기승전고양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럴 때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나가다 말했던 물건이나 장소가 스마트폰 속 추천 광고로 뜨는 경우가 많다. 엿듣고 있었단 말이지… 손바닥만 한 게 스토커가 따로 없다. 가끔 취향을 반영해 준다는 알고리즘이 스스로를 편협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우려가 된다. 원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면 위험 해질 텐데…


- 어제는 자전거를 타다 날파리 테러를 당했다. 아파트 화단 곳곳에 수백 마리의 날파리 소대들이 긴급 소집되어 있었다. 지금쯤이면 낙엽이 떨어졌어야 하는데, 유독 올해는 가을답지 않고 덥고 습한 것이 단풍도 더디게 든다. 하루살이를 비롯한 각종 곤충들도 온난화 탓에 연장 근무에 들어간 모양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반성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지구는 배응망덕한 우리에게 더 이상 아름다움을 보여줄 마음 없나 보다. 그러니 날씨로 심통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오늘의 할 일 : 채소장보기. 수프 작업하기.


* 뽀너스

https://www.instagram.com/reel/DBuwc3PSUYe/?igsh=MTB4eXN5bzBnYnFk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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