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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Dec 05. 2024

이불속 다정한 겨울 D + 99

20241205 영점을 갱신한 기온

* 1697일째 드로잉 : 생활의 달묘. 3_ 배민 수수료가 너무 비싸 직접 뛰는 사장님.



- 밤에 자려고 누우면 룽지가 이불 안으로 들어와 허벅지를 벤다. 근래에 고구마 섭취량이 폭등한 나로서는 퍽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기본권 중에는 행복 추구권이라는 게 있다.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자유자재로 부스터를 발포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집사의 행복 따위엔 관심도 없는 녀석은 나오는 방귀를 잡아볼 요량으로 매일밤 입구를 지킨다. 그 덕에 나의 뻔뻔함과 연기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정성껏 기를 모아 소리 없이 스리슬쩍 내보내며  시치미를 떼면 녀석은 조용히 눈으로 쌍욕을 보낸다.


- 요즘 부쩍 꾸리가 나를 잘 핥아준다. 겨울이 되니 매일 샤워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주로 손가락 사이나 팔꿈치, 오금을 공략한다. 그 느낌이 딱 어릴 적 목욕탕 끌려가 세신을 받는 기분이다. 좋기도 한데 좀 아프다. 아무래도 이태리타월은 나 같이 고양이와 함께 살며 잘 안 씻는 사람이 발명한 게 아닐까 싶다.


- 이번에 업데이트한 씨리의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는 거 같다. 얘도 겨울이라서 그런가 하루 두 끼씩 잭을 꽂아 주어야 한다. 문득 충전이 필요 없는 태양열 스마트폰을 상상해 보았다. 매일 정오, 삼삼오오 베란다에 나와 일광욕을 즐기는 폰들을 상상하니 뭔가 귀여워 혼자 키득거렸다.


- 세상 모든 새끼(욕 아님)가 귀여운 이유는 공격이 아닌 보살핌을 받기 위한 본능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나 또한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추구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나이에 그래도 될까 싶지만…) 타인과 무작정 적이 되는 건 인류의 종말을 부축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최소한의 방어체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쪽이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예언처럼 다정한 것들의 동맹이 살아남을 것이다.


- 오늘의 할 일 :  24년 마지막 신김치가 출연하는 찌개 극장. 꼼짝 말고 집콕. 할머니 요양 모드로 고양이들과 바느질하기.


좌. ‘같은 베게’ 뮤비 촬영 중ㅣ중. NO WARㅣ우. 숙성을 돕는 냥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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