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집사 Dec 06. 2024

상식과 상상의 허용범위 D + 100

20241206 아름다운 하늘

* 1698일째 드로잉 : 무보수 고강도 멀티 가사봇



 - 김치통을 엎었다. 그것도 냉장고 바로 앞에서,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로… 그나마 다행인 건 물김치였다는 것이다. 빨간 김장김치였다면 집을 뛰쳐나갔을지도 모른다. “먹을 수 있어 혜영아” 큰소리로 주문을 걸고 사태를 수습했다. 계엄령을 무효화시키겠다는 의지만큼이나 절실한 마음이었다. 땅에 떨어진 걸 3초 안에 주우면 먹을 수 있다는 게 불변의 룰이었다. 어차피 나만 먹던 김치니까 괜찮다. 반은 버렸지만 반이나 살렸다. 본디 실수, 사고, 고장에 특화된 유전자이다. 어디서든 줄줄 세는 바가지, 이제 삽질에도 내성이 생겼다.

… 인정했으니 자책할 일이 아니다.


- 반려인의 아침을 식탁에 차려놓으면 룽지가 자꾸 올라가 탐을 낸다. 따끔하게 주의를 줬더니 자기는 기미 상궁이란다. 요즘은 팔팔 끓인 누룽지를 올리기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보고만 있다. 그렇게 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며 제사를 올리는 거란다. 그 모습이 귀여워 오늘도 카메라를 켰다. 더 이상 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가족이 된다는 건 이해를 넘어 함께가는 것이다.


- 룽지가 식탁 위를 지킨다?면 꾸리는 싱크대 담당이다. 기상과 동시에 녀석은 싱크대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아비의 원수?를 갚겠다는 의지로 수채구멍을 노려본다. 요 며칠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두 가지 가설을 도출했다. 첫째는 그 구멍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저들만의 또 다른 포털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진 구멍에서 다른 고양이가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 반대로 꾸리가 그 구멍을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가설을 증명해 낼 수만 있다면 고양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으려나…


- 지난밤 계엄령 사태에 관한 뉴스를 찾아봤다. 자극적인 기사들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과 인터넷 신문이 아닌 공중파 뉴스를 시청했다. 당시 영상을 보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왜 그랬을까?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참 맑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국회를 지키지 못했다면 이런 소소하고 소중한 마음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가장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도 오늘과 같길 바라는 마음으로 탄핵 청원에 서명을 했다.


- 오늘의 할 일 : 추가 근무 돌돌이와 면담시간. 화장실에서 변기솔과의 육탄전. 피로를 풀어줄 완두라떼와 오븐에 감금된 찹쌀떡 면회.


싱크대 포털을 지키는 꾸리.
복붙연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