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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Dec 19. 2024

이불 밖 세상으로 D + 108

20241219 맑고 추움

* 1711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24 (고양이 부자)



- 급 여행이 잡혔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났는데 일을 쉬게 되었다고 함께 경주에 가자고 했다. 마침 친구 덕에 머물 곳이 마련되었다. 어쩌다 맞은 귀한 일정,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2박 3일, 갑작스러운 여행에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분주한 마음이었다. 이틀간의 집안일 중 당겨할 것과 나중에 할 것들을 정하고 냥이들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반려인이 식사도 생각해두어야 했다. 서둘러 장을 보고 몇 가지 국과 반찬들을 만들었다. 그림도 그리고 작업도 미리 좀 해두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여력이 남지 않았다. 여행이니까 가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틈틈이 끄적거릴 수 있겠지…?


- 어떠한 계기로 루틴이 틀어지면 약간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 잠도 안 오고, 집중도 안되고(전문용어로 마음이 떴다고 한다.),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은 전혀 모르는 세계로 떠나는 기분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지내는 불편함을 모르지 않고, 그동안 정착시킨 일상의 퍼즐들이 무너질까 두렵기도 하고… 겨울의 제철 집순이에겐 위험천만한 이불 밖을 벗어나는 일도,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것도 충분히 귀찮은 일이다.


- 그럼에도 떠나기로 마음먹은 건 이런 기회와 시간이 앞으로 더 희박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또한 추억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쉬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은 피해 갈 순 없다. 그 순간 힘을 발휘하는 것 중 하나는 소중한 사람과 맺었던 인연과 추억이다. 인생 속에서 쌓이는 다채로운 경험들이 나라는 나무의 나이테를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돈과 시간을 많이 가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지만, 추억 부자로는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 오늘의 할 일 : 반려인에게 밀지 남기기. 25년 지기 친구와 수학여행 같은 경주여행.



좌. 동정심을 어필하는 꾸리 / 우.미션 성공 하트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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