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0 먹먹한 하늘
* 1721일째 드로잉 : 케이크냥
- 연말을 맞아 본가에 다녀왔다. 전날 대전에서 사 온 성심당 빵도 챙겨 갔다. 근처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뱅글뱅글 돌고 있는데 아빠가 내려와 계셨다. 내가 계단 오르기 힘들까봐 내려와 계셨단다. 모처럼 아빠 차를 타고 옆 동네 오래된 식당으로 갔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을 앞서 보내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나아가며 우리의 시간들도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났다.
- 소국밥 세 그릇, 석쇠 불고기 한 접시를 시켰다. 엄마는 이가 좋지 않다고 나더러 실컷 먹으라고 하셨다. 모처럼 찾아간 게 죄송하기도 하고, 건강하게 다 나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거 같아 부지런히 맛깔나게 먹방을 선보였다. 중간중간 쌈도 싸 드리고, 김치도 찢어 드리며 그동안 쓸쓸하고 허했던 마음을 채워 넣었다. 아빠는 세상을 한탄하며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셨다. 울컥하는 마음에 몇 마디 받아치기도 했지만, 그깟 일은 싸울 명분이 되지 않았다. 세대 간의 다름은 진화의 증거이요, 마음 상하고 섭섭할 일이 아니었다.
- 온몸 가득 눈물이 차오르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새해까지 연휴인 반려인은 할 일 남았다고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새벽에 잠을 설치다 늦잠을 잔 나도 꾸역꾸역 일상을 이어갔다. 무거웠던 마음을 달래려 초를 켜고 ‘좋은 곳으로 가세요.’ 기도를 올렸다. 여느 때처럼 라디오를 틀고 설거지를 하며 슬픔을 흘려보냈다.
- 연이은 황망함에 펀치를 맞는 집사와 달리 냥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사냥을 가자고 했다. 이 시국과 이 마음을 저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는 하는 수 없이 낚싯대를 들었다. 안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작은방으로, 작은 방에서 다시 안방으로 녀석들과 앞 다퉈 왕복하며 오징어 게임이 떠올랐다. 그제야 꾸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캣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하울링을 했다. 그렇게 녀석은 한없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내 감정이 나락으로 빠지지 않게 반대편에서 묵직하게 균형을 잡아주었다.
- 오늘의 할 일 : 채소가게 간단 장보기. 김장 김치로 두부 송송 찌개 끓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