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를 구하는 호소문 D + 114

20241227 새벽 한파와 촛불

by 최집사

* 1719일째 드로잉 : 겨울썰매



- 새벽 2시 반, 잠이 또 깨었습니다. 지난 12.3 내란 이후 경미한 수면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지금도 응원봉을 밝히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한편으론 지난날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꼴을 떠올리며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한숨이 나옵니다.


- 거리를 매운 응원봉 불빛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k-pop이 이토록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을까…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그 분야에서 비교적 공평한 경쟁이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돈 없고 백 없어도 재능과 열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꿈꾸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물론 지금은 또 다른 상황이 되었지만요.)


- 둘째는 그런 치열한 과정 속에서 단련된 사람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기회가 많은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만큼 국내에선 제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도피이자 도전이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 세계 곳곳을 밝히고 있지만 그만큼 짙은 그림자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의 한정된 기회와 자원은 이미 기득권 세력의 것이 되었습니다. 나라의 판을 만드는 국회, 정부, 법원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왜곡되리만큼 특정 집단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은 설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세계적인 k팝 스타들이 나라의 위상을 높여준다고 마냥 좋아하며 묻어갈 일이 아닙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 없이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투명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을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습니다.


-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 있습니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선 먼저 어둠 속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다음은 스스로를 태워야 하지요. 그걸 우린 희생이라 부릅니다. 한 여름밤의 불꽃놀이가 아닌 꽁꽁 언 세상을 데워줄 온기라고 믿습니다. 부디 하루빨리 그들이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밤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채상병은 우리의 아들이고, 이태원 희생자들은 우리의 가족이고 응원봉을 든 사람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이웃입니다.



- p.s : 비몽사몽 떠들고 나니 새벽 5시가 되었네요. 모두 새해에는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이 글을 올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리 되어야 하고, 그리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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