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흐리지만 포근
* 1718일째 드로잉 :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 새벽 4시 반 눈을 뜨니 반려인이 깨어있다. 냥이들도 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꾸리가 깨웠단다. 룽지가 배 위로 올라올까 봐 돌아누우니 엉덩이 위로 올라와 골골송을 불렀다. 집사가 일찍 일어나니 퍽이나 반가운 모양이다.
- 얼마 전 잡 앞 채소가게에서 산지직송 살아있는 문어를 봤다. 계산대 줄을 서 있는데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마음이 찡해져 고개를 돌렸다. 문어의 아이큐는 강아지와 비슷하다던데…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이 떠올랐다. 몇몇 아주머니들은 싱싱하다고 반기며 사 가셨다. 그 사이에서 애써 괜찮은 척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을 숨겼다. 다시 몰래 채식을 시작해야 하나…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이 많아졌다.
- 드디어 성심당에 가는 날이다. 반려인의 연말 휴가 핑계로 왕복 6시간이 넘는 거리를 용기 낼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검색해 보니 실시간 소요시간이 어제보다 줄어있었다. … 오예. 30분 더 눈을 붙일까 하다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 밀양을 지나 창녕, 김천, 대구 관통해 대전으로 왔다. 컴컴한 새벽에 출발해 점심이 되기 전 도착했다. 천천히 밝아지는 세상을 눈에 담았다. 겨울나무들이 빼곡한 숲과 강 새들을 감상하며 작은 동네를 둘러둘러 왔다. 불현듯 낯선 기분이 들다가도 어딘가 익숙한 구석이 보이기도 했다. 언젠가 반려인과 전국일주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함께 어디든 나가갔다가 이것저것 느끼며 천천히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려면 체력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계엄이라는 무서운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일이다.
- 오늘의 할 일 : 반려인 운전 보조 스피커. 성심당 조공 빵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