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같은 마음이지만 D + 112

20241225 선한 이들을 돕는 하늘

by 최집사

* 1717일째 드로잉 : 퇴근한 루돌프.



2000년 하고도 24번째 크리스마스다. 예수가 태어난 때도 난세였구나,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신은 저들을 잡아갈 생각이 없는 걸까. 죄인을 벌하는 쪽보다 선한 이들을 돕는 쪽이 효율적이다 느끼시는 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때 교회 가시는 스님이 진정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



세상이 춥고 어두워졌다. 그 핑계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싱글침대의 지분을 두 냥이들과 삼당 체제로 공평하게 나눠 쓰고 있다. 큰 집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추울수록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야 한다. 눈을 감고 냥이들과 한대 엉켜 머스크씨가 보내준 우주선을 탄다. 저 멀리 우주로 나가 콩알만 해지 동네를 내려다본다. 얼룩이, 노랑이, 벌거숭이… 우리는 다 고만고만한 미물들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우기는 모습들은 또 얼마나 우스운지 모른다. 어지러운 밤이 지나고 새벽의 평화를 기다린다. 누군가의 오만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부끄러움을 가르친다.



히틀러 대통령과 을사오적 관료들이 만났으니 나라가 나락으로 가고 있다. 용감한 국민들은 트리 대신 응원봉을 밝히고 거리로 나갔다. 부끄러운 국민들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아픈 역사를 새겼다.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상식과 사람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개인의 욕망보다 인권과 질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따르고 싶다.



일어났는데 이불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늦잠을 자고 싶은 날이다. 한바탕 밥을 먹고 온 룽지가 울대를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산타를 따라갈 뻔했다. 애옹애옹 알람을 울리던 꾸리는 미동 없는 집사를 보고 토라져 거실로 나가버렸다. 날이 밝아온다. 이제 정말 일어나야 한다. 허벅지를 베고 자는 룽지의 온기가 너무 따뜻하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 한다. 냥이들 화장실도 봐주고 주방으로 가서 밥을 차려야 한다.


- 오늘의 할 일 : 휴지, 쌀 생필품 주문. 영혼을 달래줄 누룽지 끓이기. 평화로운 그림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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