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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 대신 춤을 추지요.

250523 몰려오는 양 떼 구름

by 최집사



근처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 거 같다. 고래고래 응원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평균 연령 50세 이상의 고요하던 마을이 모처럼 생기가 돈다. 동네의 활력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도, 앞으로 운동회는 분기별로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모 후보자의 선거운동 댄스 영상 보는 게 낙으로 산다. 시장 한 편에 유세 차량을 세워두고 동네 사람들과 한바탕 춤판을 벌이는 모습에 잠들었던 댄스 본능이 깨어난다. 실제 주방에서 국자를 들고 수차례 그루브를 탔다. 냥이들도 이번에는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양 어깨 가득 흥을 얹고 끼 부리며 다가가는 집사의 눈길을 자꾸만 외면했다. 파란 옷 빨간 옷 할 거 없이 한 대 모여 넘실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앞으로 선거 전 댄스 신고식이 의무화?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실에서 무섭고 잠이 안 와 꼭짓점 댄스를 춘 적이 있다. 뒤늦게 간호사가 봤다는 걸 알았지만 다행히 잡혀가진 않았다. 춤이란 어찌 보면 살기 위한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과거 K 아줌마들이 춤바람이 났던 것도,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그토록 춤을 잘 추는 것도 알고 보면 슬픈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난과 역경을 폭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녹여낼 수 있다는 건 신이 주신 능력이다. 응원봉 시위에 이은 댄스파티 선거운동, 격변의 대한민국에도 틈틈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쓰이고 있다.




출처 : 전주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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