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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조각배에 가득 싣고 여름을 건너자.

250522 꾸덕꾸덕

by 최집사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빈번한 샤워 횟수이다. 정확히 말하면 샤워 후 동반되는 머리 말리기, 빨래, 화장실 정리 등 부수적인 노동을 싫어한다. 그걸 하다 보면 다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섣불리 2차 샤워를 감행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성수기라도 1일 2회까지가 안전하다.


여름이 되면 어릴 적 목욕탕 끌려가던 장면을 종종 떠올린다. 그때가 좋았지… 씻겨주고, 말려주고, 빗겨주고, 바나나 우유까지 손에 쥐어 줬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나의 리즈시절이었지 싶다. 날씨는 고온다습해졌고 일일 일 샤워는 불가피해졌다. 꾀를 내어 냥이들에게 그루밍 강습이라도 받을까 했지만 자세를 보아하니 도저히 소화해 낼 자신이 없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어김없이 물미역 같은 머리칼과 찹쌀약과 같은 팔다리를 끌고 욕실로 향한다. 그때마다 룽지가 문 밖에서 노릇노릇 식빵을 구우며 지켜봐 준다. 응원인지 감시인지, 구경인지 웨이팅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지고지순한 녀석의 척추 라인에 감동해 날개옷이라도 벗어둬야 하나 싶다.


이런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 딱지 긁듯 싫어하는 걸 자꾸 들추기보다 좋아하는 걸 더 자주 많이 좋아하며 사는 게 좋겠다. 자주 씻어야 하는 여름이지만 씻고 나와 쐬는 선풍기 바람, 얼음 동동 매실차, 뽀송뽀송한 속옷들로 그 마음들이 희석시키며 이 계절을 무사히 지나야겠다.



* 업사이클링 작업 < 작은 쓰임 >

https://www.instagram.com/reel/DJ8DqcCz8Xo/?igsh=d3U1Zmhsc293Yn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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