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뿌연 폭염
오늘 아침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 머리도 무겁고 허리도 뻐근하고 기운도 없는 게, 막 아픈 건 아닌데 뭔가 세월의 쓰나미를 정통으로 맞은 기분이다. 지난밤 속 터지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토론을 본 탓일까, 아니면 잠든 사이 냥이들에게 집단 고문?을 당한 것일까…? 원인을 찾으려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정황과 추측만 난무할 뿐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포카치아 반죽처럼 축축 늘어지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끓어 올리려 평소보다 더 기합을 넣었다. 손가락 끝에 우주의 기를 모아 정성껏 두피 마사지도 하고, 이불을 정리할 땐 추임새처럼 새어 나오는 잔소리에 16비트 가락도 넣었다. 그렇게 급속 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주머니 속 열쇠를 찾는 작업에 집중했다.
평소 좋아하는 한 일본 작가는 정치에 회의를 느껴 선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지난밤 토론은 볼 수록 답답하고 영원히 부끄러운 역사로 박제될 장면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껏 나는 모든 토론을 본방 사수해 왔다. 더 이상 이 나라의 존패와 안위를 대통령과 국회위원들에게만 맡겨선 안된다는 걸 경험한 결과였다.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울수록 더 나은 대표를 선출하고 유용한 정책을 누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이 열쇠의 일부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루에 평균 대면 하는 인간이 2명 미만이지만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틈틈이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책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며, 온라인 속 마음이 맞는 이웃과 연대하며 지낸다. 그렇게 나름의 방식으로 공생의 울타리를 만들다 보면 문득 까마득한 전생을 회상하듯 울창한 자작나무 숲이 떠오른다. 전쟁과 갈등, 폭력이 없는 그곳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우리는 모두 나무였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생김새와 사는 곳은 다르더라도 결이 맞다는 이유로 가족이 되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한다. 숲에 불이 나면 나무들은 순식간에 말살된다. 모두의 안위를 위해서 옆 나무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지켜봐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