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7 땡볕 예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날씨 탓에 새벽엔 이불을 두 겹이나 덮고 자고 낮에는 민소매 바람으로 집안일을 한다. 올 장마엔 비도 많이 내린다고 하던데... 갱년기 지구의 버럭 폭우는 해마다 찾아오는 이벤트가 되었다. 지난주 반려인의 본가에서 공수해 온 열무김치의 맛이 상한가를 찍었다. 점심엔 상추 왕창 뜯어 넣고 버섯조림이랑 된장 넣고 와구와구 비벼먹어야겠다. 오늘은 도서관 대출 만기일이다. 오후 자전거 타고 가서 착실하게 상환하고 다른 책들을 좀 더 빌려와야지. 오는 길에는 당근과 방울토마토를 사 와야 한다. 여름 별미인 바질 넣은 방토 마리네이드와 후원받은 레몬청으로 당근 샐러드도 만들어야겠다. 장거리 라이딩이 예정되어 있으니 튼실한 코끼리 아줌마처럼 든든히 점심을 먹어둬야겠다.
그동안 만들어둔 업사이클링 소품들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좋아하는 가게에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과 지방에 있는 채식 카페로 제로웨이스트 샵과 벌크샵을 병행하는 곳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며칠 전부터 함께 보낼 편지를 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막상 보내려니 떨리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평소 직접 만들고 사용해 왔던 물건들이니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임이 다하길 바란다. 특히 티코스터가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내가 만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미소 지을 얼굴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 되고 있음을 느끼며 사람들과 건강한 연대를 느끼고 싶다. 그러니 오늘은 용기 한 스푼이 필요하다. 나이들 들수록 점점 더 주저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도하는 용기와 마음을 소중히 하고 싶다.
* 오늘의 할 일 :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본방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