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6 덥지만 화창
모처럼 해가 나서 이불을 널어 두었다. 주방으로 가 라디오도 틀고 냥이들 물그릇이며 화장실도 정리했다. 반려인의 아침으로 누룽지와 사과, 계란을 챙겨 준 뒤 나도 풀을 잔뜩 쌓아 코끼리 밥을 만들어 먹었다. 오물오물 쩝쩝쩝, 멍한 눈으로 낙타의 저작운동을 흉내 내며 창 밖의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때맞춰 냥이들이 러닝 타임을 가졌다. 우다다다… 녀석들은 온 방을 쏘다니며 업그레이드된 rpm을 과시했다. 방정맞은 엉덩이에선 팝콘 같은 털들이 퐁퐁 피어올랐다. 조용히 체념의 시선을 떨구고 식탁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제도 쓸었는데 밤사이 눈이 내린 거 같았다. 외래 교란종 배스도 아니고, 생성형 ai도 아니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씨앗들이 한가득 흩어져 있었다. 탈모인 듯 탈모 아닌 녀석들의 빼곡한 모근에 괜한 심통이 났다. 모른 척 내버려 두면 조만간 싹을 틔울 거 같았다. 그랬다간 주방이 민들레 꽃밭이 될지도…
그간 모은 털로 일곱 개의 드래곤볼 아니 털공을 완성했다. 이번엔 눈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분노의 양치질을 하고 청소기를 가져와 여기저기 밀고 다녔다. 선반, 의자, 서랍 구석구석 물걸레질을 하고 소파배드며 침대도 돌돌이로 밀고 다녔다. 그 사이 녀석들은 나란히 캣타워에 올라가 나의 행동을 감시했다. 중앙관리국?의 삼엄한 마킹이 마냥 편하지는 않지만 애정이다 사랑이다 착각하는 쪽이 안전할 거 같았다.
분리수거까지 마치고 나니 아침은 먹은 게 아닌 게 되었다. 리셋된 허기에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차리고 있는데 룽지가 다가와 간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첫 삽을 뜨기 전 고수레하는 마음으로 츄르를 먼저 짜주었다. 어릴 적엔 드라마에 나오는 깨끗한 집들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어른이 되니 남이 밥 해주는 식당, 남이 청소해 주는 호텔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동시에 그들의 노고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더워지는 날씨에, 티 안나는 집안일에 기운 빠지고 지칠 때도 있지만 경험한 만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