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10226
< 지구의 기분 >
겨울과 봄을 넘나드는 날씨. 지구의 조울증엔 약도 없다. 냉장고 속 김치가 부지런히 발효되는 사이 동백과 매화가 조우하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철 모르고 피는 꽃만 서두르는 계절이다. 한주의 시작을 알리는 산불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전쟁에 불을 붙일 폭탄 드론은 잘도 만들면서 산불 진화에 쓰이는 소방 드론 개발은 왜 이리 더딘지… 요즘처럼 기술 르네상스 시대에 유물급 소방 헬기의 투입은 한결같달까. 해마다 산림청의 무능함이 갱신되고 있음을 목도한다. 이제 명절처럼 산불 시즌이 온다. 그간 축적된 데이터라면 충분히 예측도 가능할 터인데… 마음만 먹으면 발화 지점과 확률을 사정해 사전 진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입산 금지만이라도 엄정히 확대시켰으면 좋겠다. 그렇게 연례행사 같고 민방위 훈련같은 산불 경험이 우리를 진화 전문가로 키워 주기를…
그럼에도 기다렸다는듯 곧 꽃가루가 날아오고, 냥이들 털갈이도 시작하고, 들이며 밭이며 파종 작업에 분주해질 것이다. 나무를 잃은 산에게 다시 흙을 채울 뿌리가 남아있기를… 한 그루 한 그루 점을 찍듯 새로 태어날 우주를 기다린다.
지구는 언제나 숲을 꿈꾸고 있다.
< 작업 일지 >
집장인 근로자 1인 생활자로 산책은 필수적이다. 매일 마음속을 뒤져 일상을 살아낼 도깨비 씨 만한 동기를 캐내는 일이란 어찌 보면 작은 텃밭을 키우는 일과 닮았다. 그러니 주기적인 마실로 동지 혼족들을 멀찍이서 만나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나만의 명분을 확인받는 시간이다. 평일의 오후, 혼족 산책러들은 공원에 심긴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저마다의 속도로 걷는다. 그렇게 스치는 낯설고도 다정한 타인과 평화의 온기를 주고 받는다. 나무들이 충분히 자라기 위해선 일정한 거리와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는 그렇게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저마다의 꽃을 피우는 숲이 되기 위해 한 뜻을 품는다.
경쟁도 시기도 비교도 필요하지 않다.
이런저런 일상의 영감을 받아 숲을 꿈꾸는 아기 키링이들을 만들었다. 벌거숭이 산에 묘목을 심듯 까맣게 타버린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을 건네고 싶었다. 이번에도 버려지는 자투리 헌 옷 원단과 모아둔 단추를 이용해 만들었다. 진짜 나무를 선물하진 못하지만 키링이들을 나누며 일상의 관계가 무해한 숲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