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발끈해서 이게 게시물을 선택한 분들이 계실 거다. 그리고 나한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브런치 하는 너도 퍼스널 브랜딩 하는 거 아니냐?
맞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 그건 또 뭔데.'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일단 이 글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기 계발'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30년밖에 살지 않은 나지만, 10년 전쯤인가 내가 스무 살 쯤에도 지금과 같은 자기 계발 책이 인기였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그때를 제1의 자기 계발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고등학생 때 인생의 모든 게 대학 입시로 결정된다고 믿었던 그 시절, 내가 미친 듯이 그 말에 선동되었기 때문이다.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이 유행하여 꿈을 강렬하게 그리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자기 계발의 책을 읽으며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라며 자기 암시를 걸었다. 그 결과는 내가 원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 김수영 작가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등 여러 '꿈'과 관련한 책들이 대한민국 서점가를 강타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그러한 꿈 열풍의 광신도 중 하나였다. 김수영, 이지성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면 무조건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어쩌다 그곳에서 운 좋게 작가와 1:1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마다 나는 비참한 현실을 그들에게 고백했고 그들은 나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그 자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왜냐, 그 자리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북 토크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봤던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혹시 그 참석자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지금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서 북 토크에 참석했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들 한 사람이라도 만났다면 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꿈을 가져봐!' '강렬하게 원하면 이룰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북 토크에 참석한 사람 치고 현실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참석자는 본 적 없었다.
당시의 비참한 나와 달리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작가들의 북 토크를 다니며 간접적이라도 베스트셀러의 잘 나가는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어리니 할 수 있다.'라는 그들의 달콤한 말을 위로 삼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아니, 도피했었던 것 맞다.
하지만 어느 날 북 토크에 참석해 주위를 둘러보자 나와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생활에 충실하면서 성장하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공간에 올 이유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굳이 서로 힘들다고 이야기 터놓고 서로 위로해며 우리는 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곳에 굳이 시간을 투자에서 올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꿈, 자기 계발 관련한 북 토크를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가는 것이 아닌 그저 '북 토크에 열심히 다니는 나'에 심취되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아.'라는 생각에 중독되어간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다행스럽게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요즘에도 꿈, 자기 계발에 이은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가 도래된 것 같다. 이제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라고 한다. 근데 무엇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할 건데? 제대로 한 번이라도 일을 해보았는가? 굳이 회사에 다니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체 무엇으로 할 것이냐 말이다. 정말 내 주관을 가지고 어떤 일에 임한 경험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무언가 해본 적이 있으며, 그걸로 스스로 브랜딩 할 수 있는가?
10년 전 무분별한 자기 계발과 꿈 찾기 프로젝트, 버킷리스트가 대세였던 것처럼 요즘은 무분별한 퍼스널 브랜딩이 인기인 것 같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에 오히려 퍼스널 브랜딩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강점을 분석하고 깨닫고 그것을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퍼스널 브랜딩 주제로 돈 버는 유튜버들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말에 휩쓸려 '그래! 나는 회사 따위에 얽매여 있을 사람이 아니야! 퍼스널 브랜딩으로 프리랜서 하자!'라고 결심한 뒤 열심히 강연만 쫓아다니면서 그 퍼스널 브랜딩 강사만 배 불려주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회사도 자사 브랜딩을 하는 데 성공시키기 매우 어렵다. 막대한 비용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개인이 개인이 브랜딩 해서 먹고 살기가 과연 쉬울까? 회사의 브랜딩이든, 개인의 브랜딩이든 본인의 주관 없이 그 유튜버 혹은 어느 강사의 '이렇게 하면 된다던데...'라는 누군가의 방법만 따라서 하다간 결국 성과를 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게 될게 뻔하다.
제발 퍼스널 브랜딩 하라는 강사들이나 유튜버 말의 휘둘려서 그들의 고갱(고객+호갱)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퍼스널 브랜딩이 아닌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운 다양하고 재미있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