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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언니 Nov 26. 2022

퍼스널 브랜딩에 중독된 대한민국

나만의 색깔을 찾아서

제목을 보고 발끈해서 이게 게시물을 선택한 분들이 계실 거다. 그리고 나한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브런치 하는 너도 퍼스널 브랜딩 하는 거 아니냐?


맞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 그건 또 뭔데.'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일단 이 글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기 계발'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30년밖에 살지 않은 나지만, 10년 전쯤인가 내가 스무 살 쯤에도 지금과 같은 자기 계발 책이 인기였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그때를 제1의 자기 계발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고등학생 때 인생의 모든 게 대학 입시로 결정된다고 믿었던 그 시절, 내가 미친 듯이 그 말에 선동되었기 때문이다.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이 유행하여 꿈을 강렬하게 그리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자기 계발의 책을 읽으며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라며 자기 암시를 걸었다. 그 결과는 내가 원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 김수영 작가의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등 여러 '꿈'과 관련한 책들이 대한민국 서점가를 강타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그러한 꿈 열풍의 광신도 중 하나였다. 김수영, 이지성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면 무조건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어쩌다 그곳에서 운 좋게 작가와 1:1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마다 나는 비참한 현실을 그들에게 고백했고 그들은 나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그 자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왜냐, 그 자리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북 토크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봤던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혹시 그 참석자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지금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서 북 토크에 참석했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들 한 사람이라도 만났다면 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꿈을 가져봐!' '강렬하게 원하면 이룰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북 토크에 참석한 사람 치고 현실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참석자는 본 적 없었다.


당시의 비참한 나와 달리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작가들의 북 토크를 다니며 간접적이라도 베스트셀러의 잘 나가는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직 어리니 할 수 있다.'라는 그들의 달콤한 말을 위로 삼아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아니, 도피했었던 것 맞다.


하지만 어느 날 북 토크에 참석해 주위를 둘러보자 나와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지금 생활에 충실하면서 성장하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공간에 올 이유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굳이 서로 힘들다고 이야기 터놓고 서로 위로해며 우리는 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곳에 굳이 시간을 투자에서 올 필요가 있겠는가?


이러한 꿈, 자기 계발 관련한 북 토크를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가는 것이 아닌 그저 '북 토크에 열심히 다니는 나'에 심취되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아.'라는 생각에 중독되어간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다행스럽게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요즘에도 꿈, 자기 계발에 이은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가 도래된 것 같다. 이제 모두가 전문가가 되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라고 한다. 근데 무엇으로 퍼스널 브랜딩을 할 건데? 제대로 한 번이라도 일을 해보았는가? 굳이 회사에 다니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체 무엇으로 할 것이냐 말이다. 정말 내 주관을 가지고 어떤 일에 임한 경험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무언가 해본 적이 있으며, 그걸로 스스로 브랜딩 할 수 있는가?


10년 전 무분별한 자기 계발과 꿈 찾기 프로젝트, 버킷리스트가 대세였던 것처럼 요즘은 무분별한 퍼스널 브랜딩이 인기인 것 같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에 오히려 퍼스널 브랜딩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강점을 분석하고 깨닫고 그것을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퍼스널 브랜딩 주제로 돈 버는 유튜버들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의 말에 휩쓸려 '그래! 나는 회사 따위에 얽매여 있을 사람이 아니야! 퍼스널 브랜딩으로 프리랜서 하자!'라고 결심한 뒤 열심히 강연만 쫓아다니면서 그 퍼스널 브랜딩 강사만 배 불려주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회사도 자사 브랜딩을 하는 데 성공시키기 매우 어렵다. 막대한 비용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개인이 개인이 브랜딩 해서 먹고 살기가 과연 쉬울까? 회사의 브랜딩이든, 개인의 브랜딩이든 본인의 주관 없이 그 유튜버 혹은 어느 강사의 '이렇게 하면 된다던데...'라는 누군가의 방법만 따라서 하다간 결국 성과를 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게 될게 뻔하다.


제발 퍼스널 브랜딩 하라는 강사들이나 유튜버 말의 휘둘려서 그들의 고갱(고객+호갱)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퍼스널 브랜딩이 아닌 자신만의 특색을 내세운 다양하고 재미있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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