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의 치유법

by 구월애


아픈 아이를 떠나보내고

며칠이 지났다.


막내아이가 침울해 보인다.

행동도 조용해졌다.

요즘은 집에서 하루종일 막내아이를 지켜본다.


노견이 항상 앉아 있던 자리를 물걸레질했다.

있어야 하는 애가 없고,

막내가 킁킁거리며 나 없는 동안 바닥에 남아있는 냄새를 맡고 먼저 간 아이를 그리워할까 봐

쓱싹쓱싹 몇 번을 닦았다.

막내는 그 자리에서

일을 간 나를 하루 종일 기다릴 테니까

이제는 혼자서 기다려야 하니까…

생각하면 짠 하다.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막내와 산책을 다녀와서 둘러 안고 한 손으로 무언가를 정리하고 바꾸었다.

막내는 외로운 가부다. 저러고 내게 그냥 안겨 있었다.


집안의 분위기를 좀 바꾸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테이블보를 걷고

별이 빛나는 하늘색 테이블로 바꾸었다.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슬픔을

뭔갈 치우고 닦고 바꾸고 버리면서 같이 버리고 싶어서다.

나의 슬픔을 우리 막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최대한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한국인의 목소리가 나오는 넷플의 한국 드라마를 틀어 놓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마치 사람이 있는 듯한 착각을 주니까.


내일부터 다시 일을 나간다.

막내아이가 걱정이 된다.



나도 위로가 필요했다.

냉동실에 있는 흰밥을 데워서

선물 받은 여름 김치와 총각무를 덜어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다른 반찬 없이 이 홈메이드 김치 한 가지가

날 위로해 주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슬프고

힘들고

외롭고

가슴이 아플 때

하얀 밥에 맛난 집밥김치를 먹으면

치유를 받았다.

갓 지은 흰밥과

홈메이드 김치하나면 온기를 줬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사랑을 잃고 눈물을 흘릴 때


‘너도 하얀 밥과 김치를 먹어봐’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따스함을 받는다고 할까…

지금의 나도 저 모습일 테니까


엄마가 내게 해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사랑과 위로가 담긴 걸 알아서,

아삭한 김치와 흰밥을 꼭꼭 씹어 먹었다.

많이,

아주 많이,

위로받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따스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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