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월애 Feb 27. 2023

4주

잊을 결심.

네가 떠난 지 4주가 된 월요일.

엄마는 오늘 푹 쉬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 아점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면 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월요일인 것을 알고

네가 떠난 지 4주가 되었구나 알았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에 가서 장을 봐야 하는데

몸은 무기력해서  좀비처럼 가만히 있다.


직장에서는 지치도록 일만 하고 오고

막내를 봐줄 하우스메이트가 있으면 그냥 직장에 가서 더 일했다.

몸을 굴리고 머리를 굴려서

집에 오면 막내와 걸을 여유만 남기고

나머지는 생각 없이 잠에 드는 것이

요즘의 엄마의 생활이다.


슬픔을 보이고 싶지 않아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고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사실

엄마는 슬프고 공허하다.

네가 자꾸 여기저기 보인다.

아니 있을 것만 같다.


자다가 깨면

그냥 눈물이 나고,

너와의 15년 인연을 감사하고 고맙지만

엄마는

너를 보낸 슬픔을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아픔이 깊다.

하지만

엄마의 슬픔을 누구에게도 표현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이고 싶지도 않다.



방에 오면 엄마 침대 밑에 숨어 있는 막내는

더 조용해졌다.

꼬리를 올리지 않는다.

전보다 더 산책을 많이 하고,

더 안아주고

같이 있어주지만

막내는 자꾸 숨는다.

며칠 전에는 좀 아프기까지 해서

무서웠단다.

또 저 아이까지 잃으면 어쩌나 하고…


오늘 어떤 나이가 드신 분의 죽음을 준비하는 글을 읽었는데

슬픔은 짧게

죽음은 빨리 잊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시간의 흐름은

나의 기억보다 빨리 가고 있구나

이젠 일 년이 한 달같이 가버린다.

부지런히 시간을 아껴서 살지 않으면

5년이, 10년이 후딱 갈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이 찰나라고 하는 것이 맞나 보다.


올해도 벌써, 두 달이 갔고

네가 떠난 지도 벌써 4주가 되었다.


너의 항아리는 상자에 담긴 채 내 방에 있고

엄마는 그동안 애도의 시간을 가졌단다.

그시간 동안

엄마는 너와의 시간과

엄마의 타국 생활을 돌아보았다.

네가 곁에 있어주어서 엄마는 살아 낼 수 있었다.

나와 함께 살아내 준

우리 딸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를 이렇게 살아내게 해 주어서 말이다.

27년을 이리 오래 이곳에서 살게 도와주었구나.


아가

엄마는 오늘로

애도를 멈추고

너를 가슴속에 담아 두기로 했다.


이제 엄마는 막내와 행복하게 노력하면서

많이 웃으면서 살아갈거야

그리고

엄마는 60 세전에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면 좋겠어.

가능하면 떠날 때 우리 막내를 안전하게 데려가고 싶어.


아가야 엄마랑 막내 잘 보살펴주렴.










매거진의 이전글 삼칠일, 21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