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고 있는 게 슬픈 밤

by 구월애

자려고 누웠다.

비가 온다…

내일은 아침근무라서 일찍 가야 하는데

자려고 누우니 오늘 안 한 것이 많았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도 읽지 않았고,

심지어 함께 공부하는 미팅시간도 잊어버리고 늦잠을 자바렸고,

라면은 먹으면 안 되는 데 먹고

멍하니 유튜브를 바보처럼 쳐다본 하루다.


요즘 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더 게을러졌다.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가라앉아 있다.


사실은

너무 슬프고

많이 아프다

우리 애 잘 가라고

기도를 작게만 해준 것도

미안하고

슬프지 않으려고 애써

생각하지 않은 것도 미안하다.


막내아이를 보면

보낸 아이 때문에 슬프고

목욕을 시켜도 슬펐고

잔디를 깎아도 슬펐다.

여기저기에 너의 환영이 끊임없이

보인다.


추억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이 집에 네가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보다.


난 덜 슬픈 게 아니었다.

너무 많이 슬픈 거였다.


이번 생에

몇 번의 동물과의 인연 중에 네가 가장 깊은 인연이고

가장 오랜 인연이라 그런지

가장 외롭고 우울한 시기에

널 만나 내가 이만큼 살아 낼 수 있게 해 준 네가 없으니 든든한 벽을 무너진 느낌이 든다.

네가 나에겐

가족이었고

나에겐 날 든든히 지켜준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널 키우고, 씻기고, 간호하고 돌보고 먹으면서

내가 살아올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우리 개가 좋은 주인을 만났다고 하지만

사실은 반대인 건데 사람들은 잘 몰라…

모르더라…


신이 나에게 널 보내주어서 널 보살피면서 날 살아내게 해 주신 걸 네가 떠나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다시 약해질까 봐

막내아이도 남기셔서 제대로 이곳에서 사는 동안

열심히 생명을 지키면서 살아내라고 하시는 것 같다.

직장에서는 사람들을

집에선 생명을 말이다.

동물, 식물 들 생명들이 너무 많다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말이다.

매일같이 막내와 산책한다

몇 번씩을…

나도 막내도 자주 걸으면서 우리는 우울증을 함께 극복해내고 있다.

막내가 겨우 요즘 웃는다.

너를 잃고 그애도 언니를 잃은 외로움을 나만큼이나 겪고 있는 듯하다.


그냥 개를 잃은 게 아니었다.

난 소중한 딸을 잃었으니까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거니까…

난 무지 가슴이 무너지도록 슬퍼해도 되는 거였다.


오늘도 슈퍼에서 강아지 간식을 사면서 떠난 네가 생각이 나서

아무데서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듯이

언제나 어디서나

마구 네가 그리워지고 눈이 흐려진다.


그래도 감사하다

나와 함께

15년아라는 새월을 함께 해주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