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더 예의를 차리고 소중히 해야지
조카와 함께 산지 1년이 돼 간다.
정확히 2일 후면 365일이 된다.
1년 동안 대단한 일이라곤 나의 노견을 하늘나라로 보낸 것.
조카를 알뜰히 살뜰히 챙겨주지도 못했지만
아팠을 때 곁에 있어주고
처음 몇 달 음식 챙겨주고
보험료 내주고
공짜로 살게 해 주고
처음에 일 찾아주고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몇 달 적응을 하고부터는 자정 외출금지도 풀어주었다.
조카는
내게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한국을 돌아갈지
여기서 살지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어디로 여행을 가서 언제 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의 일 년을 살았다.
내가 그림자인지 유령인지
내 집에서 내가 있는 존재인지 알 수 없도록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인사를 먼저 받아본 적도
인사를 건네었을 때 인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
옆방언니와는 살갑게 잘 지내고,
누가 이모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관계였지만
그래도 조카가 마음을 둘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마음을 비우려 해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려 해도
매일 그림자 취급을 당하는 건
나의 내면아이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미우면 지엄마를 미워하지
내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친절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을까?
더 내가 노력해야 했을까?
생각해보지만
다가가도 별로 달가워 하지는 않았으니
쉽지는 않았다.
물론,
그 애도 내가 불편할 수 있을 수 있다.
잔소리를 하지도 않지만 잔소리 들을까 마주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아마도 자기 엄마와 동일시 내지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싫었지만 필요해서 내집에서 공짜로 살고 있을수도 있겠다 생각도 했다.
일년이 되자 난 결정을 내렸다.
조카에게 독립을 권했다.
알바를 충분히 하고
충분히 돈을 버니까
독립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내 돈으로 비행기표를 보내줘서
1년을 살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 끝나가니까.
2일이 남은 게 행복하다.
약속을 지켰고
나와의 관계가 어떻든
그 아이는 성장을 한 것 같다.
호주에서 1년살았으면 스스로 독립할 준비가 됬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해준 두 가지 말은 그래도 들었던 것 같다.
호주에 와서 다른 나라의 삶을 경험한 것!
여행을 다니라고 했던 말를 듣고 여행을 한 것!
덤으로 스스로 좀 성장한 것!
그럼 된 거지.
내가 줄 수 있었던 것이 기회였고
조카는 충분히 기회를 얻고 성장했으니까.
난 이것으로 충분하다.
스스로 1년을 더살기로 결정을 한 것을
하우스 메이트를 통해 들었고
직장을 옮긴 것도 하우스 메이트에게 들었다.
조카가 선택한 길이고
나의 약속은 2일 후면 끝나서
나는 독립하라고 알려주었다.
조카 멋대로 방값을 결정을 하고는
그 값을 내고 맘에 드는 집이 나타날 때까지
살겠단다.
No.
중간에 한국을 가려고 티켓을 끊었으니
그럼 그때까지만 살고 돌아와서 짐을 빼겠단다.
No
난 친절하게 아주 친절하게 4주 notice를 주었다.
20대 초반의 머리로는
이모인 내가 이해가 안 가겠지만
나는 그나이에 받아보지 못했던 배려를
타국에서 조카에게 베풀었으니 충분하다고 본다.
무조건 그 아이의 편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나도 20대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으니까.
피를 나눈 가족이어도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고, 받고 싶지 않다.
상처를 주는 가족이라면,
말을 함부로 하고,
무례하고,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면,
최대한 자주 만나지 않고
독립적으로 멀리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독립해서 살면서
좀 더 스스로 성장해서
알아서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내속의 내면아이는
1년밖에 품지 못하는 여린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를 먼저 지키고 살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고.
그게 가족이면 더더욱.
그러자고 맘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