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아픈
천둥과 번개가 치는 서울의 밤.
어머니가 사시는 32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의 밤은 내가 시드니의 주택에서 살면서 보지 못하는 풍경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고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이쁘기도 하고
서울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서울의 비 오는 야경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항상 창문밖으로 기억나는 서울의 야경
10대에도,
20대도,
40 대도,
그리고 지금도
서울의 야경이 ’서울스러운 이미지‘로 남아 있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파트들을 보고 있으면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스마트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면서
잘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먹먹하게 느껴지는 서울…
너무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생로병사를 뒤로 하고 아주 오래전에 서울을 떠났다.
행복하기 싶어서라기 보다는
지쳐서 쉼이 필요했던 이유로…
직장에 지쳤고
가족에 지쳤고
사랑에도 지쳤었다.
그곳에서 쉬고 힐링하다가
머물어 버리게 된게 27년.
돌아와서 가족을 만났어도
반갑지만 슬프고,
반갑지만 외롭다.
반갑지만 답답하고,
다 잠든 서울의 고요한 밤만이
평화로움을 가져다 준다.
모두다 잠든 밤에
창밖을 가만히 쳐다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서울에서의 여유로움이다.
혼자 너무 오래 산 탓일까…
내가 생각했던
서울 여행,
맛집기행,
행복한 서울 나들이는 그냥 조용히 접었다.
와서 보니 해야 할것들이 너무 많았다.
엄마를 도와 집을 보러 다니고
엄마와 동생위주로 나의 스케줄을 잡았다.
서울을 방문하는 잠시동안
가족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내가족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각자의 사연과 하소연을 듣다 보면
하루가 다간다.
호주보다 싸고 필요한 생필품을 얼른 구입하고
필요한 옷을 얼른 산 것으로 쇼핑을 마쳤다.
이곳에서 만나고 싶은 분이 한분 정도 있다.
만나고 갈 수 있을까…
못 뵈면 그만이다.
빗소리 천둥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가족이지만 가장 어려운 사람들
나는 가족이 안쓰럽다.
하지만
가끔 보며 안부를 전하고
만나면 가족에게 잘하고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떨어져 산 27년의 삶이
관계의 거리를 멀게 했으니까
내가 가족에게서 이방인이 되어 버렸다.
이 깊은 밤에도
빗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서울이 내겐
항상 마음의 고향이고 돌아오고 싶은 곳이었는데
우리 강아지가 있는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픈 마음이 든다.
내가 마음을 두고 온곳이니까
내가 마음을 주고 있는 살아있는 동물이 있는 곳이니까.
타지에서 너무 오래 살면 이렇게 되는 걸까…
나는 고향을 잃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