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넌 건강하다
휴가 첫날
오늘부터 나는 3주 동안 휴가다.
원래 계획이 어머님이 오시는 거였는데 다리가 아프신관계로 여행을 취소하셔서 , 기회는 이때다 집이나 열심히 보러 다니자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자꾸 숨이 차서
바로 3일 전에 수의사 선생님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했다.
얼마 안 남았다는 소리에
이뇨제를 계속 늘리고 있고
잠잘 때 숨이 가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빨리 다가오고 있는지는 몰랐다.
내가 사람를 구하는 응급실에서 일해도
엄마가 되면 좀 바보가 된다.
환자의 엄마 입장이 되면,
더군다나 강아지 엄마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돼버리니까
셋째는 큰 언니가 떠난 후로 불안증은 더 심해진 것 같고,
엄마가 일을 가면 더 무서웠을 테고,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면 하루종일 바들바들 혼자 떨면서 심장병을 키워 갔던 것 같다.
그전에도 불안증이 심했지만 혼자된 후로 더 심해졌다.
지금 내가 해줄 것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거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외출 말고는 무조건 함께 하기로 했다. 3 주의 휴가 기간이라도.
산책도 아침에도 하고
저녁에도 산책 하고
먹고 싶은 거 만들어 주고
고기도 사서 먹이고
간식도 주고
좋아하는 과일도 주고
자꾸 안아주고
가만히 있으면 만져달라고 온다
그러면 만져주고
온몸을 문질러주고
내 곁에 바짝 눕게 해 준다.
같이 밥 해 먹고 아이도 먹이고 나도 먹고
물마신 용량을 계속 재면서 물도 주고
또 같이 나가서 걷고
집에 오고
이렇게 매일 아이와 함께 한다.
어쩌면 이러고 있는 셋째와의 시간이
나만의 가족과의 마지막 시간일 테니
충실하게 보내자 맘먹는다.
나에게 강아지 세 마리는 가족이었고
나를 외롭고 고독한 삶을 달래준 구원자들이었다.
신은 나에게 죽지 말라고 아이를 셋이나 보내셨고
난 이 아이들을 키우고 함께 살면서
엄마가 무엇이고 충실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셨다.
몇 년의 병치레를 걸쳐 최선을 다하게 하시어
가족의 의무가 무엇인지
상실감이 무엇인지,
아픔이,
그리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셨다.
나의 세 반려견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을 주었는가…
덩그러니 이 호주라는 나라에 혼자 와서
열심히 살게 하고 외롭지 않게 살게 해 준
나만을 사랑해 준
세 마리의 반려견이 열 베프나 가족이 부럽지 않다.
인간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변하지 않는 무한사랑을 무려 세 마리의 반려견들에게 받아 왔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엉덩이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너희들 때문에 엄마는 힘이 하나도 안들었어’.
‘배신도,시기질투도, 변심도 없는 한결같은 나의 세 마리 반려견들이 날 건강하게 살게 해주었단다.’
이제 마지막 남은 아이가
나와 함께 해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다만, 시간이 너무 짧게 남아서 가슴이 아프고 아쉬울 뿐이다.
나의 20년이 가난하지 않았다.
나의 지난 20년을 너희들이 살게 해 주었다.
너희들과 함깨한 20년이 날 겸손하고 인간미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너희가 있어서 이 타국에서 혼자 무던히도 잘 버텨왔다.
셋째가 가면 나도 어찌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가야
엄마는 용감할께
오늘도 꼭 안고 자자꾸나.
우리 이쁜 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