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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n 18. 2024

Day 2

우린 오늘도 산책을 했고 넌 뒷발을 다쳤다.

우린 어제 잠을 못 잤다.

어디가 불편했는지 1시간마다 일어나서 만져 달라고 하고 계속 물을 마시는 바람에 거의 매시간을 한 번씩 깨어나야 했다.

우리는 자주  깨어나서 물 주고 물을 마시고,

너의 목을 문질러 주고, 몸을 문질러 주고

침대 위를 내려왔다 올라갔다 밤새 같이 뒤척였다.

심장이 너무 뛰는 걸까 엎드려서 잠이 들었다

편안한 자세가 아님을 안다.

우린 아침에 겨우 잠이 들고 둘 다 9시 반에 일어났다.

배가 고팠던 네가 나를 깨워 결국 부엌으로 가게 만들었다. 엄마는 반은 눈이 감겨 있었지.

소고기와 당근, 콜리플라워와 브로콜리 조금을 기름 없이 볶아서 아침으로 먹이고 우리는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나가면 기분은 좋았는데, 15개월짜리 사내아이 강아지를 만나서 잠시 뛰었다가 발을 삐끗했다. 원래도 아팠던 다리를 더 다쳤나 보다.

집에 와서 보니 왼쪽 뒷 발을 심하게 절었다.

‘이구 그러니까 젊은 남자애랑은 노는 게 아니라고!!‘


일을 어쩌나?

결국 선생님이 먹여도 괜찮다고 한 소아과 아기들 먹이는 파나돌을 몸무게 맞게 양을 재서

조금 먹였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밑에서 골골거리면서 잠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그득히 쌓인 나뭇잎을 청소하고 뒷마당을 깨끗이 해가 나니 얼른 빨래를 해서 널고,

호박죽을 만들어서 아점으로 먹었다.

집에만 있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우리 셋째가 깨어나자 유모차를 가지고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아이는 다리를 절어서 잘 걸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유모차가 있어서 거기에 앉아서 킁킁거리며 바다 냄새를 맡았다

오늘은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 감기 걸릴까 싶어

10분 정도만 산책하고 돌아와야 했다.

기분이 좋았는지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잠이 들었고 근처에 히터를 켜주고 침대 아래를 수건으로 찬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잘 가려줬다.


호주의 집은 천장이 높고 겨울엔 너무 춥다.

올해도 난 어김없이 난방텐트를 쳤다.

안 그럼 코도 시리고 셋째 때문에 새우처럼 굽어 자는 내등도 시리다.

보통은 난방텐트 안에 저 베개 위에서 잔다.

자다가 더우면 내려가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오곤 한다.

새벽엔 쉬아도 해야 해서 방문도 열고 자야 한다.

쉬아는 거실에 있는 패드 위에다가 하니까

조금 열어놓고 자니까 아이도 나도 춥다.

강아지도 자기가 자는 방에서는 쉬아하지 않는다.

그건 좋은데 엄마는 너때문에 프라이버시도 없고

춥당 ㅠㅠ


내일은 엄마가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다녀와야 하는데 두 시간 정도 잘 있을 거라 믿어보자.


다 잘될 거라 믿는다.


네가 잠들면 엄마는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

오늘밤은 평온함을 미리 감사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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