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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n 19. 2024

Day3 겨울날이 찬란해서 울었다

겨울엔 떠나지 말아라

밤마다 숨이 차고 몸이 불편하고 한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잠이 들 수 없나 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누웠다 자리를 옮겼다

자기를 만져달랬다 한다.

같이 새우잠을 자고 있다 며칠째.

평생 한 살 같은 말이 통하지 않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아플 때 나이 들었을 때가 가장 힘이 든다.


아픈 다리도 만져주고, 벌렁거리는 심장도 문질러주고 목도 문질러 주면서 달래 본다.


요즘은 내방 침대 밑에서 자주 지낸다 수건들을 쳐놔서 바람이 들지 않고

책상밑에 히터를 켜놔서 따스함이 들어간다

새벽이 돼서 아이는 잘 자고 있다.


침대 밑은 전부 바닥이 차지 않도록 무언가를 깔아 놓았다.

바깥쪽에서는 다 가려져 있어 춥지는 않을 것 같다.


새벽에 추웠는지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아침을 됐고

난 깨어 새벽에 다시 한 번 더 먹인 이뇨제 때문에 깨어서 물을 먹이고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

소고기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그리고 당근

물을 자박자박하게 넣고 음식이 잠기지 않고 익을 정도로 굽고 삶아서 아침을 먹였다.

잘 먹는다.

다행이다.

잠시 산책을 갔다

어제 절둑거려서 못 걸을 것 같았는데

걷다 보니 괜찮은가 보다.

응가를 하고 집에 왔다.

돌아올 땐 다리가 아팠나 보다.

서서 나를 쳐다보는 이유는 다리가 아픈 거였을 테니 말이다. 안고 집에 돌아왔다.

안아주고 데리고 다니고 그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아무리 잘해도 남들과 비교히면 너무 못난 엄마 같아서 미안하기만 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네스를 풀어주는 동안 아이는 무수한 뽀뽀를 해준다.

내가 해준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나만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이런 뽀뽀를 받는 무수한 날들에 새삼 감사를 했다.

순간,

이아이가 떠나면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에게 뽀뽀 세례를 받을 일은 없겠구나 싶어

목이 메었다.

목이 따끔거린다 감기기운도 없는데.

약을 먹였다.

두배로 늘린 심장약,

두배로 늘린 이뇨제

진통제

그리고 약이 목에 걸리지 않도록 물을 마시게 했다.

너무 혀를 찬다.

속이 메스꺼운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두고 본다. 그 모습이 안쓰럽다.

아이는 다시 내방 침대 밑으로 돌아갔다.

잠이라도 몇 시간 자려무나…


난  빨래를 하려고

뒷마당으로 나왔는데

겨울치곤 날이 너무 맑다.

뒷마당 잔디를 보자니 햇볕 속에 환영이 보인다.

몇 달을 한국에서 지내고 다시 돌아와 아이들을 데려왔을 때, 자기 집 뒷마당을 뛰어다니며 냄새를 맡고 행복해하던 두 아이의 모습이 말이다.

나도 우리 아이들도 너무 반갑고 행복했다.

추억이 너무너무 많은 이곳…

그리고 우리 아이들…

20년의 추억이 빛 속에서 너무 환하게 다 보여서…

너무 아름다운 삶을 살아서 눈물이 났다.

감사한데 너무 슬픈 건 왜일까

너무 가슴이 아파서 햇볕이 내 얼굴에 뚝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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