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안 아프게 살자
Day 5
어제 아이가 딱 두 번 깨어서 뒤척거리고 물 마시고 쉬야시키고 그다음은 잘 잤다.
침대 밑을 수건들로 가려주고 근처에 히터를 틀어주니 내가 책상에서 공부를 할 때면 어두 컴컴한 침대 밑에 들어가 조용히 잘 자는 거 같아서 나름 안심이 된다.
가끔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조용히 수건을 들쳐보곤 한다.
숨 넘어갈 것처럼 호흡을 하지 않고 그나마 새록새록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도하고 계속 책상에 앉아하던 일을 한다.
‘네가 살아 있으니까 나도 살고 있다’
일심동체처럼
우리는 한 이불, 한침대를 쓰고 있는 동지니까
얼마나 긴 싸움이 될지 나도 모르겠다
얼마나 자주 고비를 넘길 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평화로울 때 만족하고
덜 아플 때 산책 많이 하고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이고
응가 잘하고 쉬야 잘하면 나는 너무 만족한다
개나 사람이나 기본적인 것을 잘할 수 있을 때
가장 개답고 가장 사람 사람다운 것 같다.
그러지 못할 때가 오면 부여잡지 않고 떠나보내 줄 것이다.
어제 잠시 외출했을 때 웹캠으로 아이를 자주 살펴 보았다.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깝다. 그렇다고 아예 외출을 안 할 수는 없다.
상태가 좋으면 몇 시간이라도
상태가 나쁘면 집콕!
나와 아이가 함께 주어진 시간은 3주
그런데 벌써 일 주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2주 남았는데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돌봐줘야겠다
오늘이 5일째 휴가
한국에서 동생이 보내준 소포가 도착했다. 4일 만에 온 것 같다. 강아지 옷 몇 벌과 필기구 한 개.
피부병 피부의 털을 밀고 약을 발라 주어서 순면 옷이 필요했다. 그것을 동생이 보내준 것. 여긴 겨울이니까 털옷도 보내주었다.
요즘 들어 시드니는 너무 춥다.
방안이 16도이니까 털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나도 플리스점퍼를 입고 양말을 신고 있으니까
매일 연고를 발라 주고 수면 옷으로 덮어준다.
새것이 왔으니 한번 빨아서 바꿔 입히면 된다.
피부가 잘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피부병이 생기는 원인은 웬만하면 다 강아지 음식 때문이다.
일이 바빴을 때 사료와 불량식품 간식을 너무 많이 주었더니 피부병이 생겨 버렸다.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이젠 되도록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조금 섞어서 직접 매일 만들어 준다
심장도 나쁘고 숨쉬기도 힘들고 그런데 피부염까지 생기니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후회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고
아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숨을 잘 쉬면 된다.
셋째야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렴.
숨도 천천히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