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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Jul 02. 2024

함께하는 데이 16

눈이 너무도 아름다운 내 새끼

매일 밤에는 비가 내리고

오전에 해가 뜬다.

어제는 좀 힘들어하는 듯하다가

새벽에 잠이 들어서  같이 잠자고 일어나 보니

잘 자고 있었다.

깨어나 오줌을 누이고

밥을 먹이고

저번주에 금요일에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가 소변에 피가 보여서 다시 요로감염을 진단받고 항생제약을 타와서 먹는 약이 하루에 4개가 됐다.


밥 먹이고

항생제 약 먹이고

한 시간 있다가 이뇨제와  심장약을 먹이고

그리고 산책을 갔다.

처음엔 왼쪽 뒷다리를  쩔둑 거리면서 겨우 걷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왼쪽 뒷발은 껑충껑충 뛰고

그러다가 리듬감이 생기면 좀 제대로 걷는다.


이렇게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40분 정도를 걷고 온다.

요즘 휴가이니까 원 없이 가자는 대로 다닌다.

그러다가 지치면 나를 쳐다보면 안고 오고

괜찮으면 서있다가 또 천천히 걸어서 오고


오늘은 다리에 더 이상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목욕 겸 뜨거운 물로 마사지를 해주면서

오래오래 따뜻한 물속에 있게 해 주었다.

목욕을 끝내고 얼른 물기 닦아주는데

왜 이렇게 이쁜지

나와 11년을 살아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눈이 너무 아름다운 우리 막내, 소리가

눈이 부신다

오래된 드라이기로

40 분을 골고루 곱게 말려주고, 발가락 사이사이도 꼼꼼히 말려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피부도 문질러주고,

보듬어 주고,

다시 옷을 입혀서 편안하게 자도록 했다.


다리가 안 아프도록,

너무 많이 절룩거리지 않도록,

심장도 안 좋고,

다리도 안 좋아도,

아직까지

잘 버텨주고 있다.

밤에 헐떡 거지도 않고 잘 자기도 한다.

얼마나 용감하고 멋진 아이인가…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난 붙잡지는 않을 것이고

아이를 너무 힘들게 부여잡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해줄 것이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보내줄 생각이다.

그렇게 결정을 했고

매일 최선을 다해 간호해주고 있다.

아이가 버티는 만큼 나고 버티고 있다.



가끔

아이가 가고 남겨져 있을 나를 생각한다.

난 어떻게 살아갈까…

더 이상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기로 맘을 먹었으니까

혼자 살아갈 것인데

난 잘 버틸 수 있을까…

자식의 도리도 잊어서는 안 되니까

매해 여러 번 어머니를 뵈러 서울을 갈 것이다.

바쁘게 살 것이니 괜찮을 거라 믿는다.

뒷마당에 나와 수건을 널고 있는데

날이 참 맑다.


막내아이야!

이렇게 푸르게 살다 가거라.

엄마가 네 앞에 있을 때 떠나거라

꼭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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