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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애 Oct 23. 2024

갈대 같은 …

인생이 그러하다

두 달 만에 펜을 잡았다.

두 달 사이에 내 화장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었고

부엌은 이렇게 바뀌었다.


난 바스룸과 키친이 바뀌는 동안 휴가를 얻어 아픈 반려견을 매일 보쌈해서 안고 다니면서 집도 지키고 아이도 보고 일이 잘되는지 관찰을 유심히 했다.


레노가 끝나고 4주가 지나갔다.

물론 휴가도 끝났고 다시 일을 다닌다.

쉬는 날은 하루종일 아이와 있고

일하는 날은 직장에서 카메라로 아이를 지켜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

마지막 남은 내 딸.

이아이와 11년을 넘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픈 이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고

바람이 불거나 비 오고 천둥칠 때마다

나빠지는 아이 상태 때문에 마음이 롤러코스트를 탄지도 8 개월이다.


무기력해져 있고,

슬프고,

지치고,

피곤하다.

밤마다 잠을 잘 못 자서

큰아이도 아프다 가고 또 일 년이 겨우 지났는데

남은 아이가 얼마나 슬프고 무서웠는지 아파버려서

나는 슬픔과 안도의 롤러 코스트를 반복적으로 타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엄마들은

언제가 다 겪을 일이겠지만 병간호를 오래 하다 보면 지치고 우울하다.

응급실에 일하면서 오랜병엔 효자가 없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다행히 직장의 메니져들이 다들 개를 키워서 이해를 해준다.

아이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sick call을 하고 아이 곁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어서

출근할 땐 저녁이나 오후에 들어오는 하우스메이트에게 이상하면 꼭 연락해 달라고 부탁 부탁하고 출근을 한다.


불안한 8개월

많은 생각이 드는 8개월이었다.

고비를 넘긴 지 두 달

진통+ 항불안제이면서 신경차단제를 먹고 잘 버텨주고 있다.

얼마나 더 갈지 모르는 이 롤러코스터 안에서의 나의 생활은 불안하다.


다른 이들은 이 기간을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다.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나곤 한다.


하지만 슬퍼하면 아이가 느낄 거 같아 슬퍼하기보다는 침착하려고 노력한다.

슬픔과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작은 젬스톤을 사서 구슬 꿰기를 하고 있다.

건강목걸이를 해서 아이에게 걸어주고 기도해 주고

남의 강아지들도 아픈 강아지에게도 만들어주고

마음의 에너지를 담아서 주고 있다.


인생이 갈대 같다.

바람이 불변 흔들리고, 비가 오면 젖고, 또 바람이 불변 젖은 비가 마르고…

이렇게 불안하고 고통받고 때로는 안도의 숨을 내리쉬며  살아가는 건가…


직장에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퇴근하고 오면 아픈 내 아이를 돌보고

오랫동안  무언가를 돌보는 인생이

어쩌면 내 운명인가 생각해 본다.

30년이 넘도록 해오는 이 일이…


돈을 들여 좀 고쳐진 내집을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가 괜찮을 거라 믿어보자.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열심히 냄새 맡고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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