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부디
한 번을 만나고 온 그 블라인드 데이트의 주인공은
나와는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나를 한 시간 정도 만나고 나서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는 두 번은 만나지 못했다.
난 집에 일이 생겼고 시드니로 일찍 돌아왔고,
그 남자는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게 되었다고 했다.
‘어머니 걱정에 머리가 꽉 차서 뇌가 정지가 된 듯하다’고 톡에 남겼는데
그 가슴 아픈 표현이 나의 머리에 진하게 남았던 것 같다.
한 달 정도가 지나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간혹 톡이 온다.
잠시 대화를 하곤 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 구름에 떠 있는 듯하다면서 톡을 보내왔다.
어머니가 위독하시게 되니까… 머리가 멍해지는가 보다. 안타까웠다.
가벼운 이야기를 해면서 5-10분 정도 톡을 나누고
나니 직업상 자주 보는 사슴 같은 눈이,
위독한 환자를 보고 나오는 멍하고 슬픈 눈을 가진 가족들이 떠오른다.
그분의 눈도 그럴까…
그분과는 조심스럽게 대화를 하게 된다.
내가 저 상황이 되면 나도 따스한 위로를 주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을지도 모를 거야…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잊고 싶을 수도 있지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픈 시간들을…
우리가 이제 그럴 나이들이 됐으니까…
그리고
또 잊어버리고 지낸다.
나의 외로움은 나의 것이고
그는 그의 슬픔을 감당하고 살아갈 것이니…
며칠 전 어머니를 호스피스 병원에 모셨다는 톡을 받았다.
그는 알까 이제 많아야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는 걸… 짧으면 한 달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왜 하필 겨울의 문턱에서…
자주 함께 있어드리라는 말의 의미를 그는 이해했을까…
나는 이분과는 인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
다.
인연이 아니니 내 집에 일이 터졌고, 그도 어머님이 많이 아프시니 서로가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음악을 듣다가 가사를 들으면서 이분이 생각이 났다.
유난히 추운 날
당신의 걱정이
저 꽃들에게 향하던 날
그날
난 기도했죠
당신의 걱정이
저 꽃들에게 머물기를
이제
그대 부디
오늘 밤은
편히 잠들기를
모든 아픔
모든 슬픔
모두 잠들기를
그대 부디
오늘 밤은
편히 잠들기를
모든 아픔
모든 슬픔
모두 잠들기를
수많은 겨울들도 다 지났죠
그대 이제 웃어보아요 이렇게
내가 그대 옆에 있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은
난 기도했죠
당신의 걱정이
저 꽃들에게 머물기를
이제
https://youtu.be/LDyt7BoMOWM?si=vaHeoarT-SDNSdB0
너무 멀리 있고, 옆에 있어줄 수도 없는 관계,
겨우 얼굴 한번 마주한 사이일 뿐이라도,
그가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 연이 아니더라도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니까.
직장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는 따스함인데(이건 직업적이긴 하지만)
멀리서 노래 한곡 보내는 게 뭐가 어려울라고
아픈 강아지와 밤을 새우는 하루하루가 슬픔으로 가득 찼었던 나였는데,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하루하루 약해지시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아들의 가슴은 더 많이 슬프고 더 많이 고통스러우리라…
나도 언젠가 겪을 일인 걸…
그분이 위로받기를 바라는 배려…를 작게나마 주고 싶었다.
따스한 이곡을!
이곡을 듣는 모든 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에 위로를 받기를 …
나도 이곡을 몇 번이나 들으며 위로를 받는 밤이니까…
그분이게 이곡을 보냈다.
그리고 내 어머니와 그의 어머니를 위해 힘든 그분을 위해 마음의 평온을 담아 기도를 해본다.
고요한 이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