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 설거지, 집안 쓰레기 버리며 든 생각은
1인 가구 주인으로서의 오전
멜버른에서 애기 손님이 왔다.
3년 전에 간호학생이었던 이쁜이가 유학을 마치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멜버른으로 취직을 해서 갔고
2년 차에 접어들었다며, 시드니에 잠시 여행 온 김에 나를 만나러 왔다.
이 애기 손님을 위해 밤에 호박을 썰어 팥과 찹쌀을 넣고 슬로우 쿡으로 눌러 놓고 잠을 잤다.
아침엔 양배추 야채전을 준비했고,
간장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며칠 전 만들어 놓은 홈메이드 호모스와 함께
콩으로 만든 빵을 구워서 브런치를 대접했다.
수박주스도 만들어 주고,
과일도 깎아 놓고,
소이 카푸치노도 만들어주고 말이다.
이 정도면 타국에서 이모집에 온 느낌이겠지…
서양식이라고 아침을 해서 먹여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보니 달달한 딸기 잼이 없네? ㅎㅎ
다음엔 넣어야지
정말 달달하고 맛났던 호박죽, 너무 맛있다면 싹싹 긁어먹길래 듬북 담아서 보냈다. 받아가면서 미소가 한가득인 그 애기 간호사의 얼굴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나름 정성 들인 브런치
자기가 돈을 벌면 내게 꼭 선물을 해주는 것이 to
do list 였다면서 꼭 사주고 싶다고 선물을 사왔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마음이 참 고와서 행복했다.
멜버른에서 온 2년 차 애기 간호사는
브런치를 먹으면서 나눈 대화는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은 할만한 데 가장 힘든 게 사람과의 관계란다.
다른 문화 다른 생각은 한국보다 더 힘들게 한다.
해외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쉽지 않은 이유다. 다 장단이 있다. 27년 차의 경험을 귀띔해주었다.
왕선배를 찾아온 귀여운 애기 간호사는 도움도 받고 아주 편한 집밥을 먹고 간 것 같다.
나도 만족.
1인 가구 살림하는 사람으로서의 오후
1. 설거지와 부엌일
손님이 가고 설거지 하기 시작.
양쪽으로 설거지 통을 놓고 열심히 매일 닦아내고 있다. 손님이 있는 날은 당연히 한가득이다.
설거지를 다행히 싫어하지 않는다.
열심히 씻어서 뽀드득하게 씻긴 그릇을 말리고
다음날 아침에 물기 없이 찬란하게 마른 그릇을 제자리에 집어넣을 때의 소소한 행복감이란.
매일, 그 바쁜 스케줄에도
건강을 위해 집밥을 해 먹고
반찬을 만들고
고기 대신 콩으로 해 먹을 수 있는 것을 유튜브를 보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
이왕이면 맛있는 걸로,
이왕이면 빵을 콩으로 구워 먹고
밀가루를 그리 많이 먹지 않고
쌀과 감자 고구마로 된 것들을 먹고
귀리, 현미 등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설거지도 정말 한가득이다.
유튜브를 보면 부엌이 그렇게 깨끗하고 좋던데 내 집은 도저히 그런 게 불가능하다.
그냥 나는 나대로 사는 거지.
부러워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나스럽게 살자.
내 인생인데 뭐 안 그래?
매끼마다 설거지를 해도 끼니마다 설거지가 나온다. 세재를 안 쓸 방법이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지.
혼자 살면 무한히 게을러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가장 무서운 게 내겐 게으름이다.
(지금 난 한 명의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다- 하우스메이트와 사는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먼저 내가 모범을 보여 깨끗이 하고 살아야 하우스 메이트도 고대로 내 집의 룰을 지켜준다.
그래서 난 바로바로 설거지도 하고 치우도록 노력한다.
나의 부엌은 공유를 하는 공간이니 내가 먼저 항상 모범을!
냉장고에 묵은 총각무가 있어서 올리브기름과 물을 넣고 푸욱 찌개를 만들었다.
타국에서 모든 김치의 종류는 금치이다.
그럼 요리해서 끓여서라도 먹어야지 ㅎ
오늘 먹을 량을 다 먹었으니 이아이는 오늘 만든 잡곡밥과 함께 내일 먹는 걸로.
내일 아점이 기다려지는구나.
1인 가구의 청소와 정리
오늘은
집안의 안 쓰는 가구나 쓰레기를 버리는 날.
카운슬에서 버리라고 지정을 한 날
열심히 버려야지.
이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비워야 한다.
당장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이젠 버려야 새 기운이 들어오니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안 쓰는 것들을 과감히 버렸다.
대부분이 박스였다. 난 왜 상품 박스를 버리지 않을까. 창고에 가득히 있었다.
어제 미니멀리즘이란 다큐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쓰지 않는 모든 것은 비워야 한다.
그래야 시간도 공간도 생기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과 공간엔 관계를 넣어야 행복해진다고 한다.
가족과의 시간
나와의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거다.
살게 아니라 비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는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건을 아껴서 잘 사용하는 덕에 쉽게 망가지는 일이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망가지지 않아서 버릴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질려도 못 버릴 정도로 새것이 많다.
미련이 많은 걸까 아니면, 과거 속에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습관적으로 전부 다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만 살아온 걸까…
글을 적다 보니 나에 대해서, 내 성격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난데. [청소력]이란 책을 보면 ‘그 방이 너다’라고 하는데 내 집이 나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나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을 치운다.
나는,
진보하고 싶고
변화해가고 싶다.
생각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면서…
내일은 일요일
푹 자고
마저 청소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