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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기 #7

by Flywan

후쿠오카 시내에서 벳푸까지는 2시간이 넘는 거리다. 후쿠오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벳푸는 우리로 치면 속초나 강릉같은 바다 옆에 위치한 도시다. 다자이후에서 시내도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린다. 고속도로에서 보는 풍경은 우리네것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안든다. 산이 많고 보이는건 나무들과 벌판뿐이다. 다소 지루한 시간들이지만 가이드가 해주는 후쿠오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나마 덜 지루하게 갈 수 있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중간에 휴게소에 들른다. 쿠스 휴게소라고 하는 곳이다. 규모는 그리 크진 않다. 미니스톱 편의점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우리네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이드 말이 이 곳에서 파는 요구르트가 꽤 유명세를 탄다고 꼭 사서 맛보라고 알려준다. 야마나미 목장 요구르트라고 하는데 맛이 약간 독특하긴하다. 요구르트가 담겨진 용기도 재밌다. 팬더 얼굴에 귀가 달린 느낌이 든다. 손가락을 맞춰 끼우고 먹게된다. 편의점은 시내에서 봤던 편의점과 다르지 않다. 우리네 휴게소 편의점과 다른점이라면 먹거리들을 그대로 똑같이 판다는 점이다. 우리네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밥먹는 식당이 따로 있고 편의점에서는 즉석식품을 팔지 않는다. 비싼 밥을 억지스레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일본의 휴게소는 편의점이 메인가게다. 물론 옆에 조리된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으나 편의점에서도 일반 편의점과 같이 다양한 먹거리들을 판매한다.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 할 수 있다.

20170317_113219.jpg 쿠스휴게소 모습
20170317_113855.jpg 휴게소내 미니스톱 모습. 고속도로 편의점이라고해서 일반 편의점과 다르지 않다.
20170317_113853.jpg 편의점 옆에는 식당이 따로 있다.
20170317_114028.jpg 야마나미 목장 우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맛의 요구르트가 있긴하지만 약간 다른 맛이 난다.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버스는 다시 이동해 벳푸로 향한다. 고속도로의 끝자락에서 버스가 다시 정차한다. 가이드말로는 이 곳이 벳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잘 정돈된 잔디들과 화장실, 그리고 윗쪽에 전망대가 있다. 그다지 높지 않는 전망대라 그런지 시내가 한눈에 들여다보일정도는 아니다. 미시령 고개에서 속초시내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산과 산 사이로 시내가 보인다. 멀리 탁트인 풍경이 참 좋았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다. 남는건 역시 사진밖에 없다. 30분정도 주어진 시간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은뒤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잠시뒤 버스가 벳푸안으로 진입한다. 이 곳은 화산지대로 사방이 다 온천이다. 길거리에서도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곳이 곳곳에서 보인다. 와. 신기하네. 꼭 불난거 같애. 우리가 갈 곳은 가마도지옥온천. 벳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들렀다가 가는 곳이다. 독특한 색깔을 지닌 온천들을 구경하는 그리 길지않은 코스지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20170317_121842.jpg 전망대에서 바라본 벳푸시내풍경

버스에서 내려 입구로 향한다. 사진에서 봤던 익숙한 입구간판이 눈에 띈다. 가이드가 입장권과 기념엽서를 나눠준다. 작은 언덕을 올라가니 오른쪽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덩이에가 몇개 보인다. 마이크로 뭔가 말소리가 들리고 관광객들의 탄성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뭐지. 붐비는 인파를 따라 올라가보니 TV에서 봤던 하늘색깔의 온천이 보인다. 와. 이쁘다. 잠시뒤 아저씨 한분이 오셔서 일본어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더니 담배연기를 뿜는다. 잠시뒤 온천에서 새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자아내자 담배연기를 뿜어내던 아저씨가 "쥑이네~" 하고 웃으며 외쳐준다. 하하. 이 아저씨봐라. 넘 재밌다. 워낙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보니 한국말을 섞어서 진행을 하나보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온통 한국 단체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아까 담배를 뿜어내던 아저씨는 다시 옆에 있는 온천구덩이로 간다. 이번엔 진한 주황색의 온천이다. 여기서도 아까와 똑같은 방법으로 담배연기를 뿜어준다. 새하얀 연기가 한번 더 피어오른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과정도 신기하지만 진행하는 아저씨의 맨트도 정말 재밌다. 짧은 한국말을 섞어가며 코믹한 목소리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데 재밌다.

20170317_124417.jpg 가마도 지옥온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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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_125350.jpg 가마도 온천의 모습. 온전물의 표면위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면 새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그렇게 짧은 공연이 끝나고 바로 아래 있는 족욕장으로 이동한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을 보더니 수건과 삶은 달걀, 그리고 사이다를 한병씩 나눠준다. 수건의 용도는 바로 옆에 있는 족욕장에서 족욕을 하고 닦을 때 쓰라고 주는 것이다. 족욕장이 있긴한데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자리차지하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은 안든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다보니 물도 그다지 깨끗해보이지 않는다. 족욕장은 뜨거운 곳과 미지근한 곳이 있으니 잘 구분해서 들어가야된다. 뜨거운 곳은 발을 데일정도다. 잠깐 발을 담그고 나온뒤 가이드가 준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먹는다. 단체관광객 때문에 앉아서 먹는 것도 쉽지가 않다. 단체팀이 빠지는 타이밍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이다와 삶은 달걀을 먹어본다. 달걀은 이 곳 온전에서 직접 찐 것이라고 한다. 까보니 구운계란이다. 구운계란의 맛이라는게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관광지에서 먹는다는것이 독특한 맛의 느낌을 더해줄 뿐이다. 아이는 맛있다고 두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20170317_125743.jpg 족욕장 모습. 단체관광팀이랑 만나면 인파로 뒤덮인다
20170317_130247.jpg 맛있게 먹었던 구운계란과 라무네 사이다

다음으로 한병씩 나눠준 사이다를 먹어본다. 라무네 라는 이름의 사이다인데 독특하게도 병 안에 구슬이 들어있다. 가이드가 이 사이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무척 재밌게 들었다. 병 껍질을 까서 뚜껑부분을 눌러주면 구슬 하나가 쏙 빠지면서 탄산을 보글보글 일으킨다. 라무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레모네이드가 건너오면서 라무네라는 일본식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병 안에 구슬의 역할은 탄산을 오래 가둬놓기 위한 용도이다. 맛은 약간 소다 맛이 난다. 밀키스와 유사한데 같은 맛은 아니다. 파란 투명 병도 예쁘다. 계란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다. 이거 많이 좀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지?


그렇게 가마도 지옥코스를 마치고 다시금 버스로 돌아왔다. 이제 마지막 코스로 유후인이 남았다.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라고 하니 아내도 내심 기대가 큰 곳이였다. 벳푸에서 약 한시간정도를 달려 유후인에 도착했다. 꽤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유후인 도로를 뚫고 버스가 주차장에 정차한다. 늦은 점심을 먹어야되는 시간이 되어서 각자 흩어져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내리기전 가이드가 추천해준 식당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리로 가기로 한다. 밥이야 어차피 먹을거고 가이드가 맛없는 곳을 추천해줄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와 같이 가게에 들어가자 주인이 가이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아마도 패키지 팀을 데리고 오게되면 이 가게를 많이 데리고 오는 듯 싶었다. 가이드를 따라 온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ㅎㅎ. 이렇게라도 해야 가이드한테도 체면이 설테지. 가이드에게 가장 맛있는 메뉴가 뭔지 물어보고 우동정식과 된장수제비를 시킨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내부를 둘러본다. 관광지에 있는 가게지만 직원들은 친절하다. 식사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바깥풍경과 나무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옛날 주택 분위기가 가게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잠시뒤 음식이 나온다. 커다란 튀김이 얹어진 우동과 치킨이 올라간 셀러드가 나왔다. 아. 이거 비주얼 대박 좋다. 저 커다란 튀김을 한번 먹어보고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우동하면 또 튀김우동 아니겠는가. 튀김을 집어들고 한입 크게 베어물자 와삭한 소리와 함께 맛있는 맛의 느낌이 혀에서 뇌로 급속전파를 타고 간다. 정말 맛있다. 수저를 들고 국물도 한스푼 먹어본다. 크으... 죽이네. 말이 필요없다. 깔끔한 우동국물의 맛이다. 탱탱한 면발과 같이 얹어 다시한번 흡입한다. 크아... 맛있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다. 맛있다는 그 말. 한마디만 입속에서 나올 뿐이다. 다음은 된장 수제비. 수제비가 길다란 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베춧국같은 된장국물에 담겨져 나왔다. 이것도 수제비와 함께 국물에 담아 먹으니 맛있다. 와아. 이것도 맛있다. 하지만 우동이 더 맛나는 걸. 우동의 느낌이 강렬해 수제비의 맛을 약간 반감시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맛있다. 두개를 번갈아가며 즐거운 식사를 마친다. 역시 가이드의 추천은 괜한 것이 아니였나보다. 친절한 직원의 계산까지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20170317_142219.jpg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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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도 먹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후인 구경에 나선다. 왼쪽으로 작은 실개천이 흐른다. 내려다보니 물이 무척 깨끗하다. 정말 깨끗하다. 와... 원래 이런데 있는 개천들은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기 마련인데 이렇게 물이 깨끗할 수 있나 싶다. 도로가 그리 넓지는 않아서 차가 지나가면 옆으로 바짝 붙어다녀야 한다. 주변에 관광객들이 꽤 많다. 주로 여성들이 많다. 걸으면서 찬찬히 가게들을 둘러본다. 유후인 역을 중심으로 긴린코 호수까지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다양한 가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심 도로를 걸어다니면서 각양각색의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이 유후인 관광의 포인트다. 전체적인 느낌은 전주한옥마을의 느낌과 비슷하다. 일본 전통의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먹거리나 소품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뺴곡히 들어차 있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난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인파들 사이를 지나 가게들을 둘러보는 이런 분위기가 여행의 느낌을 한껏 더 살려주는 느낌이다.

page1.jpg 유후인의 아지자기한 가게모습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있으므로 일단 가이드가 알려준 맛집들을 먼저 찾아가보기로 한다. 먼저 가볼 곳은 벌꿀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간신히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받아온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벌꿀이 얹어있고 맨 아래는 시리얼같은 과자가 깔려있다. 꿀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어본다. 달달한 맛의 기운이 입안을 휘감아돈다. 아이스크림과 벌꿀. 특이한 구성은 아닌듯 싶은데 맛있다. 유명하다니까 먹어보는 거지 뭐. 다음에 가볼곳은 금상고로케. 유후인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 근데 은근 찾기가 힘들다. 가게가 워낙에 작은데다가 큰가게들 사이에 콕 박혀 있어서 찾기가 어렵다. 메뉴는 상당히 다양하다. 고로케가 이렇게 종류가 많나. 뭘 골라야될지 헷갈리네. 워낙에 한국인들이 많이 오다보니 모든 메뉴는 밑에 한글로 표기가 되어 있다. 주문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음. 일단 가게 이름과 같은 금상고로케를 먹어봐야겠지. 그리고 카레랑 게살을 주문한다.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줄이 금새 빠지는 편이다. 고로케를 받아들고 맛을 본다.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뭐 그래도 고로케의 맛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이런건 걸어다니면서 먹는 맛이지. 각자고른 고로케를 하나씩 집어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20170317_154107.jpg 벌꿀아이스크림 가게
page2.jpg 유후인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인 금상고로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긴린코 호수다. 직접 보기전에는 기껏 해봤자 호수인데 뭐 볼거 있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보니 호수가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크기는 그리 크진 않다. 조용한 분위기에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산과 호수 건너편에 있는 산장같은 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름모를 새들의 새소리. 조용히 갈퀴를 움직이며 호수위를 떠다니는 오리들. 새벽에는 물안개로 호수 표면이 가득하다는데 꽤 장관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볼 수 없었다. 특별할 것 없을거 같은 긴린코 호수는 생각외로 참 좋은 느낌을 주었다. 호수 주변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그 옆에는 꽤 비싸보이는 고급료칸이 보인다. 료칸은 옛날 일본전통방식의 숙박업소다. 객실이 많지 않고 방마다 온천이 있다. 저렴한 곳은 10만원대부터 평균적 가격은 20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듯 싶다. 일본에는 우리처럼 온돌로 난방을 하는 것이 아닌 팬히터 같은 난로로 난방을 하는지라 겨울에는 꽤 방이 춥다고 한다. 료칸의 장점은 온천과 가이세키라는 일본 전통방식의 조식이 아닐까 싶다.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가격대비 그리 효율적이진 않은듯 싶고 무엇보다 방이 춥다는 말에 선뜻 예약하기가 망설여졌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춥지 않을 때 유후인에서 하루쯤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70317_161226.jpg 고즈넉한 분위기의 긴린코 호수.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금 버스로 돌아온다. 다들 피곤한지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곪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고속도로는 과속을 할 수 없게끔 숨어서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이드도 몇번 단속에 걸려본 경험이 있어 우리나라처럼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해준다. 후쿠오카 시내에 가까워지자 시내 맛집으로 유명한 곳을 알려준다. 저렴한 곳부터 고급 요리집까지 알려주긴 했는데 내일이면 집에 가야되니 다 가볼수 없어 아쉽긴 하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에 가까워가자 도로는 차들로 가득하다. 해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날은 어두워진다. 장시간 버스를 탔더니 피곤함이 물려온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 일본여행으로 처음 오게된 후쿠오카. 생각외로 좋았다. 또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 fi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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