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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욕심비우기

by Flywan

그래도 나름 느슨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크고 작은 욕심들이 생긴다.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심

어딘가로 가고 싶은 욕심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

주어진 일을 잘해내고 싶은 욕심

성공하고 싶은 욕심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싶은 욕심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음 욕심

욕심... 욕심... 욕심...

나무들을 태우면 뭉게뭉게 올라오는 연기처럼

내 자아를 태우며 하나 둘 올라온다.


결국 하얗게 재만 남을 것인데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였음을

시간이 지나면 깨달을 것인데

왜그리 초조해하는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불안한 내 자신의 어께를 붙잡는다.

얼떨떨한 표정을 뒤를 돌아보는 내 자아에게

커피 한잔을 불쑥 내밀어준다.

이리 앉아. 아 글쎄 앉아보라고.

자. 앉아. 그냥 앉아.

어쩌긴 뭘 어째. 잠깐이면 돼.

그냥 커피한 잔 다 마실때까지

아무생각 하지말고 창 밖만 봐.

그럼 돼. 어려운거 아니잖아.


그렇게 억지스레 앉혀져

창 밖을 바라보게 된다.

몇분 뒤 바라본 창문 밖 풍경들이

점점 아득해진다.

바쁘게 깜빡이던 눈꺼풀조차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바깥의 소음들이 귓가에 들려도

그것이 저쪽 어딘가에서 들려지는

나와 상관없는 소음으로 들린다.


아무 생각도 느낌도 들지 않는다.

멍한 기분과 느낌만이 온 몸을 휘감고 돈다.

그렇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카페 구석 창가에 앉아 있었다.

놓여진 컵 안에 커피의 온기가

연기가 되어 허공에 흩어져간다.



잠시 뒤 아까 내 어께를 붙잡은

따스한 손의 느낌이 느껴진다.



자. 이제 됐어.

오늘도 행복해지자.

알겠지?


나는 멍한 얼굴로 올려다 본다.

그리곤 이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카페문을 나섰을 때

파란 하늘이 보였다.

떠가는 구름도 보인다.

머리칼을 흩날리는 시원한 바람도 느껴진다.



그래... 그런거다.

카페 문을 나서는 첫 걸음부터

행복은 조금씩 충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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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투썸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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