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섰다.
요즘 산책을 자주 나간다.
가끔 가야 재밌지 너무 자주가면
갈까말까 고민된다.
어제는 너무 가기 싫어 안갔다.
날도 흐리고 비올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물론 비는 안왔고 안올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애매하게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가기로 한다.
창 밖으로 바라본 하늘이
너무나도 파랗게 예뻤기 때문에.
시골의 아침 풍경은 고요하다.
고요함 가운데 이름모를 숲속에선
새들의 지저귐이 울려퍼진다.
길게 뻗은 도로에는 이따금씩 차들이 지나는데
걷다보면 저멀리 뒤에서 차가 오는 소리가
귓속에 점점 크게 울리면서 다가온다.
먼저 내리막길이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라면 어땠을까.
뭐든 시작은 기분이 좋다.
돌아올떄 오르막길을 올라오기란
짜증스런 일이다.
이미 지쳐있을 때니까.
뭐 아무렴 어떤가.
발걸음 가볍게 내리막길을 걷는다.
내리막길의 끝이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삼거리에는
작은 시골마을회관이 있다.
주변은 꽃들로 단장되어 있다.
꽃은 늘 볼때마다 기분이 좋다.
하늘하늘 꺽다리 코스모스 아가씨는
바람에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햇살아래 은은히 수줍은 자태를 뽐낸다.
그 밑에는 키작은 노란 꽃들이 반갑게 살랑댄다.
자전거 도로에 들어섰다.
이제 본격적인 산책의 시작이다.
가끔 운동이 필요할땐 가볍게 뛰기도 하지만
역시나 뛰는 건 싫다.
힘드니까. 뛰는 것을 싫어하는데
억지스레 뭔가의 목적-다이어트같은-을 위해
떠밀리듯 뛰어야된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싫은지도 모르겠다.
운동화를 타고 느껴지는 신발의 쿠션이
주변의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뒤꿈치를 절로 들어올리는듯 하다.
주변은 고요하다.
누군가가 심어놓은 농작물-부추인가 싶은데-은
가위를 들고 잘라주고 싶을만큼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있다.
자전거길 주변에 심어진 벛꽃나무는
봄의 화려함을 자랑했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는 달려있는 잎들이 갈색으로 빛이 바래
하나둘 떨어지도 있다.
벌써 앙상한 가지만 남은 녀석들도 있다.
그렇게 떨어져 길 한쪽에
수북히 쌓여진 낙엽들을 밟는다.
바사삭 바사삭... 경쾌한 소리가 고막을 자극한다.
무언가 감정의 쾌감을 자극하는 소리다.
길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
이름을 알면 좋겠지만 모르면 또 어떤가.
어차피 바라보면 예쁜 꽃인데.
활짝 웃는듯한 얼굴을 가진 꽃들이
바람에 흔들려 살랑댄다.
나무가 다소 빽뺵한 터널같은 구간이다.
잎파리가 만힝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이 달려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햇살이 반짝거리며 뒤를 따라온다.
그리고 저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인다.
아...나도 저기 저 비행기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땐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중일까.
어느 덧 반환점인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의 중심에서 왼쪽과 오른쪽의 풍경은
사뭇 다른 풍경을 가졌다.
왼쪽은 구불구불한 강줄기를 가졌다.
빽뺵한 숲과 우아한 자태를 가진 백로들.
그리고 오리무리들이 눈에 보인다.
반대편에는 한강같은 넓은 물이다.
막아놓은 둑 양끝으로 배관을 대놓아서
물줄기가 아래로 흐르도록 해놓았다.
졸졸졸 물흐르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진다.
역시 귀를 즐겁게하는 소리다.
잠시 다리 위에 서서
주변의 소리에 집중한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낙엽소리...
눈을 감고 소리에 더 집중하면
들리는 소리의 가짓수는 더 많아진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생각이 차단된다.
다른 차원에서 서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다.
평일인데도 자전거의 행렬이 간간히 보인다.
옆을 지나 빠르게 달려가는 자건거가
시야에서 점점 작어져가는 모습을 본다.
처음엔 빠르게, 그리고 멀리서는 느릿하게
시야에서 멀어져간다.
한 시간이 훌찍 지났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한다.
별거 없다.
산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걷다보면 무언가 잡생각이 없어진다는 거다.
주변에 보여지는 나무들 풀, 꽃들, 작은 벌레들
알싸하게 자극하는 풀내음들,
초록하고 갈색한 식물들 나뭇잎들 꽆들...
한걸음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하나하나 시야에 담다보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고 안정된다.
오늘도 아주...
기분좋은 산책이였다.